[지평선] ‘오늘밤 김제동’

입력
2018.12.02 18:00
수정
2018.12.07 16:12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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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한국일보] 지평선 '오늘밤 김제동'. 박구원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 지평선 '오늘밤 김제동'. 박구원 기자

지난 7월 31일 KBS 기자협회가 임시회의를 열었다. 1994년부터 평일 밤 11시 방송돼 온 KBS1 심야 뉴스프로그램 ‘뉴스라인’ 방송시간이 변경되고 해당 시간대에는 방송인 김제동 씨가 진행하는 새 시사프로그램이 편성된다는 소문 때문이었다. ‘뉴스라인’ 폐지설도 돌았다. KBS 기자협회는 “(방송시간이 바뀌면) 뉴스라인의 정시성이 흔들린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 KBS는 다음날 “김씨와 새로운 포맷의 시사토크쇼를 기획 중”이라며 “편성시간과 첫 방송 시기는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KBS는 9월 10일부터 ‘뉴스라인’의 방송시간을 10분 줄여 밤 11시 30분까지 방송하고, 김씨가 출연하는 ‘오늘밤 김제동’을 밤 11시 30분부터 30분 동안 내보냈다. “김제동의 새 프로그램이 뉴스를 몰아낸다”는 풍문은 사실이 아닌 게 됐으나, 20년 넘게 KBS 마감뉴스 역할을 해온 정통 뉴스프로그램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

□ 김씨는 박근혜 정부 당시 문화ㆍ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대표적 방송인이다. 정권이바뀌고 공영방송 KBS에서 활동 폭이 넓어지면서 논란이 될 만도 했다. 진보 진영은 대체로 “능력에 맞는 온당한 대우”라는 입장인 반면 보수 진영은 특혜라며 반발했다. 김씨의 ‘오늘밤 김제동’ 출연료가 회당 350만원으로 알려지자 “지나치게 많다”는 비판과 “적당하다”는 옹호가 맞서기도 했다.

□ KBS가 3일부터 ‘뉴스라인’을 폐지하고, ‘오늘밤 김제동’을 밤 11시부터 40분 동안 방송한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뉴스라인’ 폐지설이 넉 달 만에 현실이 됐다. KBS는 보수논객인 전원책 변호사가 김씨와 함께 ‘그건 니 생각이고’ 코너를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진보 성향의 김씨를 지나치게 배려한다는 비판을 차단하고,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이유야 어쨌든 연예인 이미지가 강한 김씨를 내세우더니 시사예능프로그램으로 인지도가 높아진 전 변호사까지 영입했다.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 진행자가 진보 인사냐 보수 인사냐 논란도 중요하지만 ‘오늘밤 김제동’의 확대 편성 과정에서 간과된 점이 있다.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의 연성화다. ‘전 사회의 예능화’가 대세라고 하나 공영방송에서 자극적인 시사프로그램이 정통 뉴스를 대신하게 된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라제기 문화부장

※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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