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조끼’ 시위 격화 경찰 소총 탈취까지... 프랑스, 국가비상사태 검토

입력
2018.12.02 08:29
수정
2018.12.02 20:36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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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조끼' 시위대가 1일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 앞에 모여 잇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노란 조끼' 시위대가 1일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 앞에 모여 잇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둔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유명 관광지 샹젤리제 거리가 전쟁터로 변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유류세 인상과 물가 폭등에 항의하는 시위대는 거리에 주차된 차를 뒤집어 불을 지르고 명품점의 유리창을 부쉈다. 프랑스 정부는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검토하고 있다.

3주째로 접어든 ‘노란 조끼’ 시위대가 파리 시내에서 진압 경찰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날 경찰이 최루가스와 물대포를 동원해 시위대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 412명이 체포되고, 경찰 23명을 포함해 133명이 부상했다. 경찰은 개선문으로 향하는 파리 중심부를 봉쇄했고 늦은 오후까지 시위대와 대치했다. AFP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경찰 차량에서 장전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자동소총 1정이 탈취당했다고 보도했다.

당초 유류세 인상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된 ‘노란 조끼’ 집회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정책이 부유층ㆍ대기업에 우호적이라고 규탄하고 그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로 전개되고 있다. 집회 참가자들은 ‘마크롱 퇴진’, ‘마크롱, 국민을 바보 취급하지 말라’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다가 이를 가로막는 경찰과 충돌했다. 프랑스 정부는 친환경 경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지난 1년간 유류세를 경유(디젤)는 23%, 휘발유는 15%를 인상했고 내년 1월에도 추가로 인상할 계획이다.

크리스토프 카스타네르 프랑스 내무장관은 시위대가 ‘극좌ㆍ극우 성향 폭력 시위집단’의 영향으로 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랑 누네스 내무부 차관은 경찰이 소수의 “극단주의 폭력 집단”을 추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일 ‘노란 조끼’ 시위 참가자가 개선문이 보이는 거리에서 프랑스 국기를 흔들고 있다. EPA 연합뉴스
1일 ‘노란 조끼’ 시위 참가자가 개선문이 보이는 거리에서 프랑스 국기를 흔들고 있다. EPA 연합뉴스
소방대원이 1일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이 있는 에투알 광장 근처에서 발생한 차량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소방대원이 1일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이 있는 에투알 광장 근처에서 발생한 차량 화재를 진압하고 있다.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프랑스 내무부가 집계한 시위대의 규모는 전국적으로 7만5,000여명에 달했다. 북동쪽 샤를르빌-메지에르에서 남해안 마르세유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시위가 열렸다.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니스의 코트다쥐르공항 진입로는 차단됐고 중부 도시 퓌앙블레에서는 경찰서가 불에 타기도 했다. 첫 시위가 열린 지난달 17일 28만명, 24일 10만명에 비해 참여자 수는 줄었지만, 로이터통신에 의하면 여론조사는 3분의 2가 여전히 ‘노란 조끼’ 집회를 지지한다고 나오는 등 민심은 시위대에 우호적이다.

이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차이는 존중하고 반대 의견을 듣겠지만, 폭력은 용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2일 귀국하자마자 개선문을 방문해 손상된 현장을 둘러보고 내각회의를 주재하기도 했다. 벤야민 그리보 프랑스 엘리제궁 대변인은 2일 유럽 라디오1과의 인터뷰에서 전날 폭력적으로 변한 시위 양상을 감안, “이런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처를 고려해야 한다”고 밝혀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시사했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석 달간의 전국적 토론을 제안하고, 국제 유가가 지나치게 오르면 세율 조정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시위대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필리프 총리와 만난 노조 지도자들은 세율 인상 유예를 요구했으며 정치권에서도 이를 수용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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