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금리 올렸지만 여전히 중립금리에 못 미쳐”

입력
2018.11.30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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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준금리 인상이 내수 위축 효과 낼 것” 불구 

 “금리 수준 여전히 완화적” 추가 인상 여지 남겨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주재 후 서울 중구 한은 본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주재 후 서울 중구 한은 본부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가운데 금통위 의장인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인상된 기준금리(연 1.75%) 또한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으로 실물경제에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특히 기준금리가 도달해야 할 이상적 수준을 뜻하는 중립금리를 언급하며 “조정된 기준금리는 여전히 중립금리 수준에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총재가 한은 내부 추정치인 중립금리 수준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내년에도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여력이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 회의 주재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기준금리가 현 수준에서 계속 유지되면 금융불균형 확대로 금융시장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금리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금리 인상이 가뜩이나 부진한 경기를 더욱 끌어내릴 수 있다는 지적에 “금리 인상은 코스트(비용)를 높이기 때문에 소비와 투자에 부담을 주고 이로 인해 성장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금리를 소폭 올렸고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 실물경제에 큰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내년 우리나라 경제에 대해서도 “성장세가 (2% 중후반대인)잠재성장률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물가상승률도 목표(2%) 근처에서 움직일 것으로 본다”며 비관론과는 선을 그었다. 이번 결정에 반대하는 금통위원이 2명이나 나온 데 대해선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향후 금리정책 방향

-경기 하강 국면에서 금리를 올리는 게 바람직하냐는 이견이 나온다.

“내년 경기에 불확실하거나 어려운 요인이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 경기를 하강 국면으로 판단하기는 이르다고 본다. 내년 글로벌 교역시장이 크게 위축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정부가 적극적 재정정책을 통해 경기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2%대 중후반 성장세는 지속될 걸로 본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립금리가 다소 낮아졌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기준금리와 중립금리 격차는 어느 정도인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중립금리 수준이 낮아졌다는 것은 공통적 인식이다. 중립금리는 추정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내재돼 있고 추정모델, 전제 등에 따라 결과치에 편차도 크다. 그럼에도 종합적으로 판단해보면, 구체적 수치는 밝히긴 어렵지만 이번 인상 이후 기준금리는 중립금리 수준에 미치지 않는다.”

-금통위 의결문에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말 금리인상 땐 ‘신중히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썼고 올해 8월 금통위까지 이 표현이 유지됐다. ‘신중히’라는 표현이 빠진 이유는. 추가 금리인상 여지를 남긴 것인가.

“‘신중히’라는 문구는 빠졌지만, 금통위 의사결정 과정에서 위원 각자가 모든 정보와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신중히’ 판단한다.(*큰 의미는 없다는 뜻)”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최근 발언(“현재 기준금리는 중립금리의 바로 밑”)으로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파월 의장 발언이 도비시(dovishㆍ통화완화 선호)하게 해석되면서 연준의 금리인상 횟수가 줄어들 거란 기대가 커진 게 사실이다. 반면 발언 내용 앞뒤를 살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에서 제시될 금리인상 경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연준이 예정대로 (올해 추가 1차례, 내년 3차례)금리를 올리면 내외금리차가 100bp(1bp=0.01%포인트)를 넘게 된다. 자금 이탈 우려가 나온다.

“자본 유출을 촉발하는 절대적 내외금리차가 있는 건 아니다. 예컨대 자금 유출이 심한 국가를 보면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훨씬 높다. 알다시피 (이번 금리 인상 전)내외금리차가 75bp로 벌어진 상황에서 우리나라 자본유출입 상황은 안정적이었다. 국제투자자들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강하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다만 금리차가 확대되는 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시장에선 이번 인상이 마지막일 거란 전망이 우세한데.

“이번에 소폭 올렸지만 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다. 향후 통화정책은 경기, 물가 등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안정 상황을 함께 고려해서 판단하겠다.”

◇금리 인상 효과

-이번 금리 인상이 금융불균형 해소에 어느 정도 효과를 낼 걸로 보는지.

“금융불균형이 쌓인 이유는 단지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됐기 때문이 아니라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 그런 만큼 불균형 해소를 위해선 통화정책 외에도 거시건전성 정책, 산업정책 등 다른 정책이 함께 시행돼야 효과가 있다. 정부가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하고 주택시장 안정 대책을 펴는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소폭이나마 인상된 만큼 불균형 축소에 분명 효과가 있을 걸로 본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내년 성장률이 한은 전망치(2.7%)를 밑돌 가능성은.

“금리를 올리면 코스트(비용)을 높이기 때문에 소비와 투자에 부담을 주고 성장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금리가 여전히 완화적 수준이라 실물경제에 큰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다. 내수를 위축시키는 효과는 있겠지만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본다.”

◇경제 전망

-향후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인들의 심리가 위축된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 경제는 수출과 소비를 중심으로 지금과 같은 성장세를 이어나갈 걸로 예상한다. 통상 여건이 매우 불확실하나 세계경제가 큰 폭으로 꺾인다고 보긴 어려운 만큼 수출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일 걸로 예상한다. 재정정책이 확장적으로 운영되면서 정부소비도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

-정부 재정정책이 충분히 확장적이라고 보나.

“지금까지 결과만 놓고 보면 확장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만 정부가 내년에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경기 활성화에 주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간 여러 번 주장했지만 정부 재정이 보다 확장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고,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되길 희망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경기부진 타개에 대한 부담이 중앙은행에 쏠린 측면이 있다.”

-성장 버팀목인 반도체 시장의 내년 전망이 어둡다. 반도체 호황이 끝날 경우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이 2.5% 이하로 떨어질 거란 관측도 있다.

“반도체 경기를 둘러싼 전망은 엇갈리지만, 지난해 및 올해와 같은 호황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견해는 일치한다. 성장, 수출, 설비 면에서 반도체 산업의 기여도를 감안하면 반도체 경기 변동의 여파가 클 것은 당연하다. 다만 현재로선 4차 산업혁명 등에 따른 수요 증가 등을 감안할 때 반도체 경기가 우려만큼 꺾이진 않을 거란 기대가 많다. 덧붙이자면 반도체 가격과 수요는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가격이 떨어지면 경상수지에는 영향을 주겠지만, (성장률 지표인)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물량을 기준으로 산정된다.”

-최저임금 인상이 자영업을 포함한 서비스업의 구조조정을 촉발했다면 금리 인상이 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조조정이란 장기적으로는 생산성을 향상시키지만 단기적으로는 고통을 수반하는 게 사실이다. 이는 서비스업뿐 아니라 모든 산업에 적용된다. 우리 경제의 최대 걱정거리가 잠재성장 능력 저하라는 건 이론의 여지가 없다. 해답이 생산성 향상이란 점도 분명하다. 비효율성을 걷어내고 경쟁적 여건을 조성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경기 국면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할 사업이다. 그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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