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포인트 경영학] 인간 욕망을 실행한 플랫폼 핀터레스트

입력
2018.12.01 10:00
10면
구독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

1450년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혁명 이후 500년 이상 지배해온 활자는 웹 기술과 스마트폰의 등장에 따라 사진과 동영상에게 주도권을 내주게 됐다. 읽는 것에서 보는 것으로 정보 소비의 대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이 변혁에서 사업 기회를 먼저 잡은 것은 인스타그램, 유튜브와 같이 사진, 동영상 등 시청각 정보를 쉽고 재미있게 공유해주는 기업들이었다. 이들은 순식간에 글로벌 대기업이 됐다. 인터넷 자료들을 키워드로 쉽게 검색할 수 있게 해준 서비스로 성공한 회사가 검색엔진 회사들이라면, 시각적 자료들을 검색하고 분류, 저장, 공유할 수 있게 해주는 이미지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회사로는 핀터레스트가 있다. 핀터레스트는 현재 기업가치 약 14조원으로 292개의 유니콘 기업(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중 1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핀터레스트 공동창업자인 벤 실버만(Ben Silbermann)은 구글 온라인 광고팀에서 약간의 경력을 쌓은 후 곧바로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드는 창업에 도전한다. 그의 대학 동기인 폴 시아라(Paul Sciarra)도 벤처캐피탈 회사를 그만두고 실버만의 아이디어에 합류했다. 또 다른 친구 에번 샤프(Evan Sharp)는 페이스북을 그만두고 뛰어 들었다. 구글에서 검색과 온라인 광고 업무를 경험한 벤이 사업 아이디어를 주도했고, 폴은 외부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미지를 검색하고 분류하고 공유하는 사업의 특성상 디자인이 중요한데, 이는 건축학과 디자인을 전공한 이반이 담당했다.

핀터레스트의 사업 아이디어는 실버만의 어릴 적 취미인 수집에서 착안됐다고 한다. 사람들은 우표, 인형, 동전 등 다양한 물건을 수집하는 취미를 갖고 있다. 이는 무언가를 갖고 싶고, 또 이를 자랑하고 싶은 인간 욕망의 표현이다. 핀터레스트는 이 같은 욕망을 충족시켜준다. 고객들은 수많은 종류의 내적 갈망을 핀터레스트를 통해 표현한다. 갖고 싶은 집과 차량, 입고 싶은 옷, 가고 싶은 여행지, 건강한 몸 등의 이미지를 수집한다. 실버만은 핀터레스트을 단순한 이미지 기반의 SNS가 아니라, 욕망을 쌓고 이를 실행하는 플랫폼이라고 정의한다. 가고 싶은 여행지의 이미지를 모아가며 여름 휴가를 기다리고, 그리고 그 열망에 따라 여행을 떠나고, 여행지에서 찍은 좋은 사진을 핀터레스트에 올리는 것이다.

기업들은 상품과 광고 이미지를 만들고 핀터레스트의 비즈니스 페이지를 통해 고객을 유혹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핀터레스트를 통해 유입되는 고객들은 다른 경로로 오는 고객보다 월등히 많은 물건을 산다고 한다. 이미지를 통해 구매의 욕망을 키운 후에 방문하기 때문에 검색 시간도 짧고 구매액은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핀터레스트가 가장 효과적인 광고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핀터레스트는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핀터레스트는 기업들에게 고객 반응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핀터레스트 애널리틱스’란 분석 툴을 제공한다. 핀터레스트는 지난해 말 기준 내면의 잠재된 욕망을 키워가는 이용자 1억7,500만명을 확보했다. 이들에게 물건을 팔고 싶어 ‘군침’을 흘리는 유통 회사들 입장에서 핀터레스트는 빅데이터의 ‘호수’인 셈이다.

이병태 카이스트(KAIST) 교수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