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영토분쟁] “자원 풍부한 이스파라 포기 못해”

입력
2018.11.30 17:00
수정
2018.11.30 18:36
21면

<21>3국 국경 맞댄 이스파라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스파라. 구글이미지 캡처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스파라. 구글이미지 캡처

1924년 스탈린은 소련이 지배하던 중앙아시아에 인구를 기준으로 국경을 긋기 시작했다. 민족이나 종교, 지형적 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은 경계선이 중앙아시아 한복판을 가로질렀다. 이 때문에 중앙아시아의 국가들은 1991년 소련 해체로 독립을 맞이하고도, 지속적으로 주변국들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게 됐다. 이스파라 지역을 둘러싼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국경 갈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스파라는 타지키스탄 북부 수그드 주에 속해 있는 해발 863m 계곡이다.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이 이 지역에서 국경을 맞대고 있는데, 그 중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은 오랫동안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양국이 공유하는 970.8km 국경선 중 이스파라를 포함해 약 400km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 했기 때문이다. 지도상에서는 타지키스탄 땅처럼 보이는 이스파라이지만, 양국의 경계 자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에 그 소유권이 어디에 귀속되는지 알 수 없다는 의미다.

키르기스스탄이 이스파라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이유는, 이스파라 주민의 상당 수가 키르기스족이기 때문이다. 과거 소련이 임의로 국경을 정하면서 키르기스족이 밀집해 있는 이스파라 지역이 타지키스탄으로 넘어갔지만, 부족 공동체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중앙아시아에서 실질적 소유권은 키르기스스탄이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양국 간 국경선 합의에서도 타지키스탄은 1924년 당시 소련이 정한 경계를 유지할 것을 주장하지만, 키르기스스탄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사실상 소련 해체 이전부터 이스파라 지역 내에서 군사적으로 충돌하던 양국은, 아직까지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 하고 있다. 2015년에는 이스파라 인근 지역에서 타지크족과 키르기스족 주민 간 충돌로 15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농사에 필요한 수로의 방향을 두고 갈등하다가 500여 명의 주민들이 돌과 화염병을 던지는 등 몸싸움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는 양국 간 왕래가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국경선에 대한 타지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사이의 합의는 쉽사리 이뤄질 것 같지 않다. 석탄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데다가, 양국 모두 자국민의 삶의 터전이 되고 있는 이스파라 지역을 포기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로 잰 듯이 경계를 정할 수는 없겠지만, 또 다시 유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와 양국 정부 차원의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슬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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