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열풍 비판한 中학자, 이번엔 ‘OO공정’ 깨기

입력
2018.11.30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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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의책] 리링 ‘꽃 사이에 술 한 병 놓고’

꽃 사이에 술 한 병 놓고

리링 지음ㆍ장창호 옮김

글항아리 발행ㆍ528쪽ㆍ2만2,000원

‘인간 공자는 인정해도 오늘날에도 유효한 사상가 공자는 인정할 수 없다’는 일갈로 중국의 공자 바람을 비판한 ‘집 잃을 개’로 이름을 떨친 리링 베이징대 교수의 잡문집이다. 잡문집은 가볍다가 아니라 다양하다는 얘기다. 손자병법 전문가답게 서양의 전쟁사를 훑어보기도 하고, 우리에겐 동북공정으로 익숙한 각종 ‘공정’을 쓰디 쓰게 비판한다. 악명 높은 중국의 화장실 문화에 대해 변비 수준으로 기나긴 고찰을 늘어놓기도 하고, 최근 발굴된 자료를 바탕으로 치수의 업적을 쌓은 전설의 우 임금이 극심한 발기부전에 시달렸다는 깜짝(?) 폭로도 있다. 책 제목 ‘꽃 사이에 술 한 병 놓고’는 주정뱅이 천재 시인 이백의 시 월하독작(月下獨酌ㆍ달 아래 홀로 마시다)에서 따온 구절이다. 지식인, 학자보다 흥 오를 때면 책 보고 아니면 그만두는 ‘독서인’이란 호칭이 더 마음에 든다는 저자의 자세이기도 하다. 물론 술처럼, 책 또한 약이자 독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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