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트렌드, NOW] 꼭 이동할 때만 쓰나요, 낮잠 잘 때도 씁니다.. 일본 카셰어링 틈새 확산

입력
2018.11.27 16:11
수정
2018.11.27 21: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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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미나토구 주택가 한 카셰어링 업체의 주차장. 도쿄=김회경 특파원
도쿄 미나토구 주택가 한 카셰어링 업체의 주차장. 도쿄=김회경 특파원

일본에서 ‘카셰어링(차량 공유)’이 승객ㆍ화물의 이동이라는 본래 목적 대신 휴식이나 개인 업무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노래방 공간도 원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활용되면서 공유경제가 새로운 틈새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요미우리(讀賣)신문이 26일 보도했다.

대형 생명보험회사 영업사원인 니시다 다카히로(西田貴弘)씨는 한 달에 몇 차례 ‘카 셰어링’을 통해 빌린 차량을 사무실로 활용하고 있다. 야외나 카페에 비해 조용하고 주변 사람들을 신경 쓰지 않고 고객과의 통화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 안에선 통화 중에도 스마트폰 충전도 가능하다. 니시다씨는 “간편하게 개인 공간을 확보할 수 있어서 업무 진척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고개를 갸웃할 법도 하지만 니시다씨와 같은 경험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통신회사 NTT도코모가 발표한 카셰어링 이용과 관련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용자 중 13%가 이동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 사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낮잠(휴식)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했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친구ㆍ가족 등과의 통화 △업무 전화 △피서(겨울엔 방한) △독서 순이었다.

또 응답자의 41%가 ‘이동 이외의 용도로 이용하고 싶다’고 답했다. 이동 외의 다른 용도로 사용해 본 적이 없다는 응답자들도 △낮잠(휴식) △음악감상 △노래방 등의 용도로 사용하고 싶다고 답했다. NTT도코모 관계자는 “차를 빌리는 가격이 저렴하고 짧은 시간만 이용할 수 있어 간편한 ‘사적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이용자들이 많다”며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다양한 활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에서 카셰어링은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통해 손쉽게 15~20분 단위로 예약할 수 있다. 전국에서 2만대 이상의 공유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카셰어링 업체 ‘파크24’의 경우 15분 이용료가 206엔(약 2,060원)에 불과해 1시간을 이용해도 근사한 카페에서의 커피 한 잔 가격 정도로 부담이 크지 않다. NTT도코모 조사에서도 이용 시간이 1시간 미만이란 응답이 23%였다.

노래방 업소도 원래와 다른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노래방 ‘파세라’를 운영하는 기업인 뉴턴은 5월부터 보드게임을 무료로 대여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실내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를 감상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래방 기업도 있다. 일본의 노래방 이용 고객은 1995년 5,800만명을 넘어섰으나 최근 4,700만명으로 감소하고 있다. 회사 동료와의 술자리가 줄어들면서 노래방에 갈 기회가 감소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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