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남북 학술교류를 추진하자

입력
2018.11.27 04:40
31면

지난 주말 올해 첫눈이 서울에 8.8cm나 내렸다. 서울 첫눈 기준으로 1981년 이래 가장 많은 적설량이라고 한다. 첫눈을 보니 겨울이 실감났다. 하지만 올해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시작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새로운 겨울을 맞는 지금도 따듯하다.

지난달 16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 논의를 위해 처음으로 남북한군 및 유엔군의 3자 군사회담이 있었다. 유엔군 일원으로 참여하던 한국군이 참여한 이번 첫 회의의 의미는 한반도 안보정세의 새로운 패러다임 출현으로 평가된다.

11월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린 남북 항공 실무회의에서 북한은 동해와 서해의 남북 국제항공로 연결을 제안했다. 우리 정부는 이를 받아들였고,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민항기구(ICAO)도 무난하게 항로 개설을 허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같은 달 20일 남북은 비무장지대(DMZ) 내 GP 초소 중 각 10개씩을 철거했고, 강원 철원군 화살머리 고지에서 끊어진 도로를 연결했다. 서해선, 동해선에 이어 중부전선에서 세 번째 남북 관통도로가 생겼다.

첫눈과 함께 날아온 반가운 소식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지난 23일(현지시간) 남북 철도 연결 공동조사를 대북 제재의 예외로 인정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 철도 연결 공사는 제재 조항에 속한다는 단서가 달렸다. 이는 20일(미국 현지시간)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개최된 한미 고위 외교 당국자 간 워킹그룹에서 미국이 남북 철도ㆍ도로 연결사업을 지지한 결과이기도 하다.

우리는 작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을 계속해서 접하고 있다. 분단 70여 년 동안 단절됐던 남북의 도로와 철도, 하늘길과 바닷길이 모두 연결된다는 것은 남북 경협의 출발과 한반도 경제 통합의 시작을 의미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북한과의 경협은 우리 기대처럼 남북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는 체제적 유사함을 기반으로 북한에 적극 접근하고 있다. 최근엔 미국과 일본에 이어 호주 등 우리보다 북한 출입이 용이한 다른 나라들도 대북 경협을 적극 타진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 초부터 진행된 남북 대화는 새로운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 평창 올림픽 이후, 체육ㆍ문화 교류로 시작된 남북대화는 당국 간 정치적 교류와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적 합의 결과를 이행하고 있다. 이제 남북은 학술교류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한민족의 평화 프로세스 청사진을 준비해야 한다.

남북 학술교류가 필요한 이유는 세 가지다. 우선,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의 부정적 효과나 ‘일대일로의 함정’에 북한이 빠지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 둘째, 남북 학술교류로 중국의 동북3성 진흥 정책과 일대일로의 효율적 활용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셋째, 남북 학술교류는 남북미와 남북미중 학술교류로 확대해서 미국의 적극적인 협력 유도와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자국 이익 위주의 영향력 확대를 막아야 한다.

남북 학술교류의 목적 역시 세 가지다. 첫째,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신북방정책 구상을 북한에 상세히 전달한다. 둘째, 이 정책에 대해 북한이 검토와 협력을 고심하게 해야 한다. 셋째, 이후 남북이 함께 수정ㆍ보완한 한민족의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신북방정책으로 업그레이드하고, 구체적인 시행을 함께 추진하자는 것이다.

남북은 또다시 외세와 주변국에 휘둘려선 안 된다. 민족의 자주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위해 남북은 구체적인 발전계획을 함께 준비해야 하고, 이를 기반으로 남북 주도의 주변국 협력을 유도해야 한다.

지금이 남북 학술교류를 시작할 때다. 정부보다 부담이 적고 민간보다 공신력 있는 더불어민주당 동북아평화협력특별위원회가 기업인 방북과 함께 남북 학술교류도 추진함이 어떠한가?

김상순 동아시아평화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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