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핵심측근 잇달아 재조사...‘양승태 포위 작전’ 총력

입력
2018.11.26 04:40
12면
구독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 경기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지난 6월 경기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 기자

검찰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직접 조사를 앞두고 지근거리의 핵심 의혹 연루자들을 잇따라 비공개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최근 소환된 전직 대법관들이 자신들의 혐의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고, 양 전 대법원장 역시 동일전략을 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확실한 물증과 진술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25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주 강형주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등 각종 의혹 연루자들을 연달아 소환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은 한 차례 이상 검찰 조사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양 전 대법원장을 지근거리에서 모신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최고 윗선’ 소환 등을 앞둔 검찰이 빈틈없는 혐의 뒷받침용 보강 수사, 일종의 포위작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분위기다.

검찰은 강 전 차장이 2014~2015년 무렵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행정소송 등 통진당 관련 재판에 관여하고, 2015년 대법원이 각급 공보관실 운영비를 책정해 비자금 목적으로 3억5,000만원을 확보하는데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검찰은 강 전 차장이 행정처에 근무할 당시 ‘임종헌 전 차장(당시 행정처 기조실장)-강 전 차장-박병대 전 대법관(행정처장)’ 순서로 보고가 이뤄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구속 기소된 임 전 차장, 핵심 피의자인 박 전 대법관과 함께 사법부 윗선 개입 여부를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인물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양승태 사법부가 박근혜 청와대의 법무비서관 인사에도 관여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곽병훈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난 주 불러 2015년 1월 비서관으로 임명되기 직전 행정처를 통해 청와대 근무 의사를 타진 받은 정황 등에 대해 조사했다. 양승태 사법부와 박근혜 청와대가 곽 전 비서관 메신저를 매개로 △강제징용 재상고 △박근혜 세월호 7시간 명예훼손 재판 △청와대의 박근혜 가면 판매 중지 요청 등 다수 사안에 대해 의견을 주고 받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전 행정처 관계자들이나 의혹 연루자들을 최근 거듭 불러서 조사하는 것에 대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윗선’에 해당하는 차한성 박병대 고영한 전 대법관이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행정처가 양승태 사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법관을 정신질환자로 둔갑시킨 정황이 드러난 것(본보 24일자 1면)과 관련해, 허위 사실이 작성된 보고서를 직접 검토하고 결재했던 박 전 대법관은 ‘그런 내용이 섞여있었는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의 다수 문건들을 확보했는데도 이처럼 전직 대법관들이 “억지로 (재판 절차나 판결을) 바꾸라는 뜻은 아니었다”는 식의 모르쇠 전략을 쓰고 있으니, 검찰로서도 이들의 혐의를 뒷받침할만한 관련자들의 진술을 상당수 확보해둬야 구속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 근거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