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냥이로 살다 유기동물 입양행사장에 버려진 코숏 가족

입력
2018.11.24 14:13
수정
2018.11.24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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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되어주세요] 192. 한 살 유월이, 6개월 레이

고양이 가족이 버려진 박스(왼쪽)과 외출냥이로 살던 유월이와 새끼 고양이. 유행사 제공
고양이 가족이 버려진 박스(왼쪽)과 외출냥이로 살던 유월이와 새끼 고양이. 유행사 제공

지난 여름 토요일 아침 유기동물 입양을 돕는 자원봉사단체 ‘유기동물행복찾는사람들’ 봉사자들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부근에서 준비한 행사장 앞에서 한 박스를 발견했습니다. 박스 안에는 새끼 고양이 네 마리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1주일 후 새끼 고양이들의 어미 고양이까지 박스에 담긴 채 버려졌습니다. 박스 위에는 빨간 글씨로 ‘고양이 예쁘게 키워주세요,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었죠. 그렇게 고양이 가족은 유행사의 식구가 되었습니다.

유행사 봉사자들은 치즈태비(노랑 줄무늬 고양이) 어미 고양이에게는 유월이(암컷ㆍ한 살 추정)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유월이와 새끼 고양이들의 입양처를 알아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행사장을 지나던 주민들이 유월이를 알아보면서 고양이 가족이 이곳에 오게 된 과정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한 부부가 1년 전쯤 암컷과 수컷 고양이 두 마리를 사왔는데 제대로 돌보지는 않았습니다. 이 두 마리는 집과 밖을 다니는 ‘외출냥이’로 지냈고, 주민들의 눈에 띄면서 그나마 다행히도 주민들이 챙겨주는 밥과 물로 생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고양이 커플은 새끼 여섯마리를 낳았지요.

임시보호처에서 생활하고 있는 유월이. 유행사 제공
임시보호처에서 생활하고 있는 유월이. 유행사 제공

하지만 어느 날 다른 주민들이 고양이들의 울음소리와 치우지 않는 배변냄새에 대해 고양이 주인에게 항의를 했고 그 이후 고양이들이 갑자기 사라진 겁니다. 고양이들을 돌보던 주민들은 고양이 가족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유행사 행사장을 우연히 지나면서 고양이들을 알아봤습니다. 그리고 고양이를 키우던 부부에게 이곳에 고양이 가족을 버린 것을 따져 물어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또 유월이와 함께 지내던 수컷 고양이는 길에서 쥐약을 먹고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주었습니다.

자신이 못 키운다고 해서 다른 집에 가면 잘 살겠지, 외출냥이니까 길에 버려도 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잘못된 판단입니다. 버려진 동물들은 대부분 보호소에서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안락사되고, 고양이들의 경우 다른 길고양이들과의 영역다툼에서 밀려 살아가기 어렵습니다. 또 예쁘게 키워달라는 문구를 썼다고 해서 처벌을 받지 않는 건 아닙니다. 반려동물을 유기하면 동물보호법상 최대 3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범죄입니다.

엄마 유월이를 쏙 닮은 레이. 유행사 제공
엄마 유월이를 쏙 닮은 레이. 유행사 제공

새끼 고양이 네 마리 중 세 마리는 입양이 되었고 이제 유월이와 남은 한 마리인 레이(수컷ㆍ6개월)가 남았습니다. 유월이는 실내 임시보호처에서 지내고 있는데요 외출냥이로 지냈지만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지도 않고 실내에서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외모나 성격 어디하나 빠지는 점 없이 준비된 반려묘라고 합니다. 사람을 잘 따르는 유월이와 엄마 고양이를 쏙 빼닮은 레이가 이번 주에도 서울 이태원 노란 천막에서 열리는 유기동물 가족찾기 행사에 나와 집사를 기다립니다.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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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문의: 유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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