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공무원과 세무사 짜고 100억대 양도소득세 탈루

입력
2018.11.21 13:46
수정
2018.11.2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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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시스템 허점 이용해 세금 탈루… 검찰, 20명 기소

인천지검 부천지청. 한국일보 자료사진
인천지검 부천지청. 한국일보 자료사진

뇌물을 받고 부동산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준 세무공무원이 검찰에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세금 감면 조건으로 금품을 받아 챙기고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네 세금을 탈루한 세무사와 사무장도 무더기로 기소됐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공전자기록위작및위작공전자기록등행사 및 직무유기 등 혐의로 A(41)씨 등 전 7급 세무공무원 2명을 구속 기소하고 해외로 달아난 세무공무원 B(54)씨를 기소중지 처분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은 또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알선수재 및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세무사 C(41)씨 등 세무사 3명과 사무장 9명을 구속 기소했다. 뇌물수수 및 뇌물공여 등 혐의를 받는 전ㆍ현직 세무공무원 4명과 사무장 2명 등 6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A씨는 2012년 1월~2014년 11월 양도소득세 감면을 대가로 3,000만원을 받고 부정 감면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A씨와 함께 구속된 D(42)씨 등 2명은 2013년 7월~2015년 1월 국세청 전산 프로그램에 납세자 주소를 허위로 입력해 자기 관할로 만들고 ‘조기결정’ 대상 사건인 것처럼 허위 정보를 입력한 혐의도 받고 있다. 조기결정은 출국을 앞둔 재외 국민 등 긴급하게 양도소득세를 결정할 필요가 있을 때 바로 담당 공무원을 지정해 양도소득세를 결정하게 만든 시스템이다.

재판에 넘겨진 세무사와 사무장 등은 2012년 1월~2014년 12월 양도소득세나 상속세 감면 조건으로 납세자로부터 15억4,000만원을 받아 이중 3억7,500만원을 공무원에게 건네 양도소득세 108억원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부동산 취득가액을 부풀려 매매계약서를 위조하거나 양도차익을 줄이기 위해 필요경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허위신고서를 작성한 뒤 민원실이 아닌 공무원에게 뇌물과 함께 직접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납세자들에게 세금 감면액 일부를 수수료로 달라고 제안해 적게는 800만원에서 많게는 1억3,000만원까지 챙긴 뒤 그 일부를 다시 공무원에게 넘겼다. 뇌물을 받은 공무원은 감면 요건을 뒷받침하는 증빙서류가 없거나 법류상 요건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도 허위 신고된 금액대로 양도소득세를 결정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2월 부천세무서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해 수사해 착수했다. A씨 등 세무공무원 2명은 구속 기소된 직후인 지난 7월 파면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1월 양도소득세 탈루와 관련해 중부지방국세청이 감사에 착수한 직후 필리핀으로 도주한 B씨를 지명수배하고 뒤쫓고 있다. 국세청은 탈루된 양도소득세 가운데 86억원을 징수했으며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도 압류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국세청 관계자는 “자체 감사 결과 부당한 업무 처리를 적발해 탈루한 양도소득세를 추징하고 관련 공무원을 고발한 사건”이라며 “동일한 사례가 발생할 수 없도록 2015년 전산시스템을 고도화했다”고 해명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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