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남북 철도 공동조사 강력 지지… 연내 착공식 이뤄지나

입력
2018.11.21 13:40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0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면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10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면담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정부가 북한 철도 현대화를 위한 공동조사에 대해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그간 지지부진했던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한미 워킹그룹 1차 회의 뒤 특파원들과 만나 "미국 측이 남북 철도 공동조사 사업에 대해 강력하고 전폭적인 지지, 스트롱 서포트(strong support)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그간 이 사안에 대해 공개적으로는 "남북관계와 비핵화 진전이 함께 가야 한다"는 취지의 원론적 입장만 밝혀왔다.

이 때문에 미국이 철도 연결사업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분석이 많았는데, 기류가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뀐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미관계와 북미협상에 정통한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날 철도연결 사업에 대한 한미 간 논의상황과 관련, "그동안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사실 남북이 추진해 온 철도·도로 연결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못한 데는 미국이 불편해하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남북은 지난 8월 말 경의선 철도 공동조사를 진행하려 했지만, 막판에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유엔군사령부가 군사분계선(MDL) 통과를 승인해주지 않아 제동이 걸린 바 있다.

철도 공동조사를 위해선 각종 장비와 연료의 대북 반출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미간에 대북제재 예외인정을 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하는데, 비핵화 협상이 속도를 못 내자 미국이 제재 예외 조치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것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지난달 29일 국정감사에서 이에 대해 "미국 측과 저희가 부분적으로 약간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남북은 지난달 고위급회담에서 11월 말∼12월 초에 철도·도로 연결 착공식을 진행하기로 하고 이를 위해 10월 하순 경의선 철도에 대한 북한 현지 공동조사를 시작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지만, 공동조사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정부 고위관계자는 "기술적 문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기술적 문제'란 철도 공동조사를 위한 대북 반출 물자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와 미국의 독자 제재 등에 저촉되는지 살펴보는 과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열차 운행을 위한 원유 반출에 대해선 공동조사에 사용하는 데 한정하는 선에서 미국 측이 이미 양해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다만, 기술적 협의에는 시간이 걸려 당초 남북이 합의한 11월 말∼12월 초에 착공식을 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관계자도 "금년 중에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철도 연결사업은 북미 간의 비핵화 협상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북한 비핵화와 남북관계 발전에 대해 "나란히(as tandem), 함께 나아가는 것으로 여긴다"고 말해 두 사안의 엄격한 병행 기조를 강조했다.

여기에는 '남북관계만 앞서가지 말라'는 메시지가 담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따라서 이르면 이달 말 열릴 것으로 보이는 북미고위급회담의 결과에 따라 남북 간 합의 사업들도 추진 동력을 얻을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바탕으로 북한 비핵화 문제, 한반도 평화 정착 문제가 남북관계 발전과 함께 더 잘 추진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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