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1,500조원 돌파… 소득증가 속도와 격차는 더욱 확대

입력
2018.11.2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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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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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가계빚이 1,500조원을 넘어섰다. 빚 증가율은 둔화되고 있지만 소득 증가 속도가 이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어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3분기(7~9월) 말 가계신용 잔액은 1,514조4,000억원으로 전분기 말(1,492조4,000억원)보다 22조원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말 1,400조원 돌파 이래 1년 만에 가계부채가 100조원가량 불어난 셈이다. 가계신용 중 가계대출(1,427조7,000억원)은 석달 새 18조5,000억원, 판매신용(카드ㆍ할부금융사 외상판매, 86조7,000억원)은 3조6,000억원 각각 늘었다.

가계대출은 은행 주택담보대출(+14조2,000억원)을 중심으로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은 일반 주택담보대출뿐 아니라 전세자금대출, 집단대출을 포함된 것으로, 3분기 증가분은 주로 전세자금대출과 집단대출 위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문소상 금융통계팀장은 "올해 들어 아파트 입주 물량이 분기당 10만호를 넘을 정도로 많고 이 중 상당수는 전세를 끼고 구입한 물량이다 보니 잔금 지급을 위한 집단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의 주 타깃으로 삼고 있는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증가세가 미미한 것으로 한은은 파악하고 있다. 상호금융 등 2금융권 집단대출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 것도 대출 수요가 은행으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판매신용은 추석 연휴를 전후로 신용카드 이용금액이 늘어난 영향으로 2분기 증가분(2조1,000원)보다 1조5,000억원가량 늘었다.

한은은 가계신용 증가 규모가 전분기(+24조1,000억원)나 전년동기(+31조4,000억원)보다 줄어든 점을 들어 가계빚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가계대출 급등기였던 2015~17년의 3분기 가계신용 평균 증가액(30조5,000억원)과 비교해도 증가폭이 상당히 축소됐다. 분기별 가계신용 증가율(전년동기 대비) 추이를 봐도 재작년 4분기(11.6%) 이후 7개 분기 연속 증가율이 떨어지면서 올해 3분기(6.7%)엔 2014년 4분기(6.5%) 이래 최저치에 도달했다.

그러나 문제는 부채 상환 능력과 직결되는 가계소득의 증가 속도가 경기 부진으로 빚 증가 속도에 갈수록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소득 증가율의 대용지표인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은 지난해 3분기 5.2%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올해 3분기엔 -0.2%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GDI 증가율과 가계신용 증가율 격차는 지난해 3분기(4.3%포인트) 이래 4개 분기 연속 증가하며 6.9%포인트까지 벌어진 상태다. 더구나 가계대출 수요를 유발하는 주택 입주 물량이 연말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라 가계빚 증가 속도의 급격한 하락은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실제 지난달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10조원 이상 늘면서 거의 2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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