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경궁 김씨와 같은 다음 ID, 이재명 집에서 마지막 접속”

입력
2018.11.21 10:12
수정
2018.11.21 18:5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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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이재명 지사와 김혜경씨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그림 1이재명 지사와 김혜경씨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혜경궁 김씨(@08__hkkim)’ 트위터의 계정주가 이재명 경기지사 부인 김혜경씨로 추정되는 결정적인 증거가 수사과정에서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경찰 등에 따르면 ‘혜경궁 김씨(@08__hkkim)’ 트위터 계정에 등록된 지메일(Gmail) 아이디(ID) ‘khk631000’와 동일한 인터넷 포털 다음(Daum) ID가 존재하는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이 계정은 4월 전해철 의원이 경기도선관관리위원회를 통해 혜경궁 김씨를 고발한 직후 탈퇴처리 했는데, 당시 마지막 접속 장소가 이재명 지사의 자택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트위터 미국 본사에 계정의 소유주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해 국내 사이트를 대상으로 동일 ID 소유자가 있는 지 수사하던 과정에서 이런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은 동일 ID의 첫 영문 이니셜이 ‘khk’라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그 동안 “아내는 ‘hk’가 아닌 ‘hg’를 쓴다”는 이 지사의 주장과 정면 배치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영문이니셜 뒤에 따라오는 6개 숫자까지 똑같을 확률은 불가능하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다음에서는 ID를 개설 때 ID 중복여부를 확인하고 있어 같은 ID가 2개 이상 존재하거나 타인의 ID를 도용할 수도 없다. 경찰은 이런 정황들이 ‘혜경궁 김씨’와 이 지사 부인 김씨가 동일 인물로 단정할 만한 결정적인 증거로 보고 있다.

이런 내용이 공개되자 이 지사는 일단 한발 물러선 분위기다. 이 지사 측은 이날 오전까지도 “공식 입장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오후 들어 돌연 취소했다.

이날 오후 수원시 경기도청 행사장에서 ‘다음 ID 관련 입장’을 묻는 기자들에게 “결국 정치는 정치인들이 하는 것 같지만 국민들이 한다”는 엉뚱한 답변으로 회피했다. 20일밤 지지자로 보이는 한 네티즌이 올린 "트친님들 중 혹시 김혜경(이재명 지사의 부인) 씨의 공식일정을 아시는 분은 공유 부탁드립니다“ 라는 글을 리트윗하는 등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적극적 공세를 취하던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반응이다.

한 관계자는 “경찰에서 이미 다 밝힌데다 경찰이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것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며 “경찰은 트위터 계정과 상관없는 개인신상 털기 식 여론몰이를 그만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에서 집중하겠다”고 했다.

김혜경씨의 변호인 나승철 변호사도 “ID와 관련한 대응은 이 지사 측에서 하기로 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9일 김혜경씨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및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혜경궁 김씨 파문이 커지면서 경기도정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이 지사는 23일 예정된 도의회 건설교통위원회 종합행정사무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 이 지사는 건설교통위원회 조재훈(더불어민주당·오산2) 위원장에게 19일 전화를 걸어 “제 코가 석 자다. 증인 불출석에 대해 양해해달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사는 24일 오전 ‘형님 강제입원’ 등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신분으로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출석, 조사 받을 예정이다.

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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