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정 골 깊어진 勞政, 대화와 타협의 끈 놓지 말아야

입력
2018.11.21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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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2016년 11월 박근혜 정부 퇴진을 요구한 총파업 이후 처음으로 21일 총파업대회를 연다. 민주노총은 20일 청와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 협약 비준, 제대로 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중단 상황 등을 거론하며 “노동조건의 후퇴와 노동법 개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최저임금 인상, 노동시간 단축 등으로 어느 정권보다 친노동 성향을 보여 온 현 정부가 노동계의 표적이 된 것은 아이러니다. 하지만 노동계를 일방적으로 비판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 노동정책의 방향과 수위, 속도가 노동계의 기대와 요구를 충족할 만큼 전향적이라고 할 순 없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대부분 자회사 정규직 고용 형태로 이뤄져 차별 구조는 그대로 남았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은 이뤄졌지만 산입범위 확대, 탄력근로 기간 확대 등으로 효과가 반감됐거나 노동자 실질소득 감소 같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적 부작용이 노동계 반발을 키운 셈이다.

그러나 설령 그렇다 해도 대화의 문을 걸어잠근 채 실력 과시에만 기대는 노조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22일 출범하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민주노총이 불참하는 게 대표적이다. 산업 자생력 확보와 지역 재생을 위한 상생모델로 기대를 모은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현대ㆍ기아차 노조가 결사 반대하는 것도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몽니로만 비친다. 툭 하면 국회를 비롯한 국가기관을 무단 점거하는 것 역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고질이다. 이런 구태를 버리지 못하면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노동계 요구의 정당성마저 희석될 수 있다는 것을 민주노총은 왜 모르나.

마침 경사노위의 노사관계 제도ㆍ관행 개선위원회가 이날 ILO 핵심협약 국내 비준과 관련, “해고자ㆍ실업자 등의 노조 가입ㆍ활동을 제한하지 않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등의 원칙을 토대로 내년 1월 말까지 합의를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이 노사관계개선위에서 경총과 이 문제를 논의하는 것처럼, 모든 노동 현안 역시 이 같은 사회적 논의의 장에서 대화를 통한 양보와 타협의 정신으로 풀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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