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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국민청원 역대 최다 인원인 100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국민이 물으면 답한다’라는 취지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이제는 웬만한 사회적 이슈에는 국민청원이 빠지지 않습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피의자 김성수씨. 피의자 강력 처벌에 대한 청원이 국민청원 역대 최다 인원 100만 명을 넘겼다. 뉴스1

청와대 공식 답변 기준인 청원 참여 인원 20만 명은 여론 향방의 지표로 여겨지고 있고 청원에 올라온 다양한 사건들은 언론의 취재를 통해 뉴스로 보도되기도 하죠. 1년여 만에 약 33만 건의 목소리가 모인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 왜 사람들은 국민청원에 몰리는 걸까요? 국민청원으로 실제 뭔가 바뀔 수 있을까요?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 현재까지 33만여 건의 청원이 모였다. [저작권 한국일보]

청와대 국민청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시작됐습니다. 이전 정부의 불통 이미지에서 벗어나 국민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정책이었죠. 그렇게 시작한 청와대 국민청원은 실제 국민과의 소통에 있어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음주운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엄벌을 지시하겠다는 답변을 직접 내놓았습니다. 낙태법 폐지와 불법 촬영물 유포 문제 등 청원 참여 인원 20만 명이 넘은 청원에 대해선 행정부 관계자들이 꾸준히 답변을 하고 있죠. 혼자선 해결하기 힘든 일이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로 모여 중요한 의제가 된 것입니다.

지난 10월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음주운전 강력 처벌에 대한 청원에 직접 답했다. 2018.10.10 고영권 기자 /2018-10-10(한국일보)

이처럼 국민청원은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시킨다는 호평을 받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부정적인 측면도 무시할 순 없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익명으로 손쉽게 청원을 올릴 수 있는 만큼 본래의 목적과는 다른 수단으로 오용되기도 하죠.

좋아하는 가수의 재계약을 요구한다거나 누군가를 비방, 헐뜯기 위한 분풀이 창구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심지어 불법 성인 사이트 광고가 올라오기도 하죠. 오죽하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청와대 대나무숲이라고 비아냥대는 말도 생겼습니다.

SNS 간편 로그인만 거치면 누구나 쉽게 청원을 올릴 수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

법을 제정해달라는 요청이나 부당한 법원 판결에 대한 호소는 행정부가 아닌 입법부, 사법부를 통해 해결돼야 하는 문제이니 만큼 청와대가 실제로 해결할 수 있는 청원에 대한 한계도 분명합니다.

그럼에도 왜 사람들은 유독 국민청원에만 이렇게 몰려드는 것일까요?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상으로 쉽고 간편하게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창구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국회 입법청원은 아무리 서명을 많이 받더라도 국회의원의 소개가 없으면 청원을 제출할 수 없습니다. 국회의원의 손을 거쳐야만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죠. 사법부나 지자체 역시 민원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기관마다 서비스가 분산되어 있고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이 부실하다 보니 유의미한 공론화를 일으키기엔 어렵습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오전 청와대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조두순 출소 반대'와 '주취감경 폐지' 관련 답변을 하고 있다. 청와대 페이스북 캡처/2017-12-06(한국일보)

이에 비해 청와대 국민청원은 접근성과 편의성, 영향력 면에서 강력한 의견 개진 창구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일정 수 이상 청원이 모이면 청와대 관계자들이 직접 청원에 답변함으로써 신뢰감과 친근감에서도 앞선 모습을 보이죠.

청와대 국민청원 수는 지금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답변 기준인 참여 인원 20만 명이 넘는 청원도 점점 늘고 있죠. 취업포털 사이트 인크루트와 시장조사기관 두잇서베이가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청원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선이 약 8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몇 가지 문제에도 불구하고 결국 청와대 국민청원은 국민들의 수많은 목소리를 담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셈입니다.

어쩌면 청와대 국민청원은 국민들이 바랐던 진짜 대나무 숲은 아닐까요?

[저작권 한국일보]

김창선 PD changsun91@hankookilbo.com

박기백 인턴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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