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 골키퍼 경쟁 열쇠는 ‘손보다 발’

입력
2018.11.20 07: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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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규·조현우·김진현 손기술 우열 없어… 빌드업 공격 시작점 패스 중요해져

’벤투호’에서 치열하게 주전 다툼을 벌이고 있는 골키퍼 조현우, 김승규, 김진현(왼쪽부터). 대한축구협회 제공
’벤투호’에서 치열하게 주전 다툼을 벌이고 있는 골키퍼 조현우, 김승규, 김진현(왼쪽부터). 대한축구협회 제공

‘벤투호’의 주전 수문장 자리를 놓고 김승규(28ㆍ빗셀 고베)와 조현우(27ㆍ대구), 김진현(31ㆍ세레소 오사카)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출전 횟수로만 보면 김승규가 한 발 앞선다. 러시아 월드컵에서 ‘국민 골키퍼’로 떠오른 조현우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무릎을 다쳐 잠시 쉬는 사이 파울루 벤투(49) 국가대표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처음 치른 9월 코스타리카(2-0), 칠레(0-0)와 평가전에서는 김승규와 김진현이 번갈아 장갑을 꼈다.

조현우가 돌아온 10월 A매치에서도 우루과이전(2-1)에 김승규가 먼저 나섰고 조현우는 파나마전(2-2)에서 처음 그라운드를 밟았다. 벤투 감독의 첫 원정 경기인 지난 17일 호주와 원정 평가전(1-1) 때도 김승규가 골문을 지켰다. 올해 마지막 A매치인 20일 오후 7시(한국시간)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에서는 조현우의 출전이 예상된다.

경기 전날인 19일 호주 브리즈번 힐튼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벤투 감독과 함께 선수단을 대표해 참석한 조현우는 “벤투 감독님의 스타일이 이전과는 다른데 적응을 잘하고 준비한 만큼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만족스러운 경기를 하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

공중볼 처리나 순발력 등 골키퍼 고유의 능력에서는 3명의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주전 경쟁은 ‘손’이 아닌 ‘발’ 능력에 달렸다는 전망이 나온다.

벤투 감독은 후방에서 앞으로 길게 내지르는 축구가 아닌 차근차근 짧은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는 ‘빌드 업’을 선호한다. 골키퍼가 필드 플레이어 못지않은 발기술과 패스 능력을 갖춰야 안정적인 빌드 업의 시작점 역할을 할 수 있다.

세계적인 수문장 중 독일대표팀의 마누엘 노이어(32ㆍ바이에른 뮌헨), 스페인대표팀의 마크 안드레 테르 슈테겐(26ㆍ바르셀로나) 등이 손 못지않게 발을 잘 쓰는 선수들이다.

축구 데이터 분석업체 팀 트웰브에 따르면 벤투 감독 부임 후 평가전에서 김승규와 김진현은 경기 당 20개 안팎의 적지 않은 패스를 시도했지만 성공률은 70%에 못 미쳤다. 반면 조현우는 패스 성공률은 75%가 넘었지만 패스 시도가 13회에 불과했다. 셋 모두 상대의 압박에 당황해 킥 실수를 저질러 팬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등 벤투 감독에게 합격점을 받기에는 모자랐다.

내년 1월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시안컵에서 주전을 꿰차려면 선방 능력 못지않게 안정적인 패스 능력을 갖춰야 한다.

한편, 현재 2승3무를 기록 중인 벤투 감독은 우즈벡에 지지 않을 경우 6경기 무패로 조 본프레레(네덜란드ㆍ3승2무) 전 감독을 제치고 데뷔전부터 최다 무패를 이어간 사령탑으로 이름을 올린다.

우즈벡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94위로 한국(53위)보다 훨씬 낮지만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23세 이하 선수들이 주축이 된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8강에서 한국은 우즈벡에 경기 내용에서 밀리고도 간신히 4-3 승리를 거뒀다. 한국과 우즈벡 모두 당시 아시안게임 멤버들이 이번 대표팀에 여럿 포함돼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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