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에 열광하는 40대… 퀸에 사로잡힌 20대

입력
2018.11.20 04:40
수정
2018.11.27 10:5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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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다큐 ‘번 더 스테이지’

개봉일 티켓 구매 40대가 38%

멜론 ‘보헤미안 랩소디’ 재생

20대가 43%로 가장 많아

다큐멘터리 영화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세계 순회공연을 한 모습을 담고 있다. 10~20대가 열광하는 아이돌그룹이지만 정작 영화 관객 비율은 40대가 가장 높다. 무브먼트 제공
다큐멘터리 영화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는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세계 순회공연을 한 모습을 담고 있다. 10~20대가 열광하는 아이돌그룹이지만 정작 영화 관객 비율은 40대가 가장 높다. 무브먼트 제공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은 젊은층이 주로 좋아하고, 영국 록밴드 퀸은 중ㆍ장년층이 더 환호한다. 불변의 진리처럼 여겨질 이 상식이 요즘 크게 흔들리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지난해 세계 순회 공연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번 더 스테이지: 더 무비(‘번 더 스테이지’ㆍ15일 개봉)의 흥행은 40대가 주도하고 있다. 반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10월31일 개봉)로 시작된 ‘퀸 열풍’을 음악시장으로 옮긴 세대는 20대다. 세대간 문화 교차 현상이 이례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아이돌 다큐에 몰린 ‘X세대’

중학교 1학년 아들과 지난 17일 극장을 찾은 김은주(44)씨는 ‘번 더 스테이지’를 보다 울컥했다. “너희가 계속 이런 식으로 살면 불행해지지 않을까 걱정이야.”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방탄소년단 멤버들에 “어떻게 행복할 수 있을지 고민했으면 좋겠어”라고 한 말 때문이었다고 한다. 김씨는 지난해 2월 방탄소년단 노래 ‘봄날’을 계기로 ‘아미(방탄소년단 팬덤)’가 됐다고 했다. 이날 서울 은평구 불광CGV엔 김씨처럼 40대 이상으로 보이는 관객이 4분의 1 이상이었다. 아이와 함께 온 학부모가 대부분이었지만, 홀로 극장을 찾은 40대 여성 관객도 적지 않았다. CGV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번 더 스테이지’ 개봉일 이 영화 티켓 구매자는 40대가 38.1%로 가장 높았다. 이날 함께 개봉한 다른 영화들은 20대(30.7%)가 가장 많이 표를 샀다.

40대가 아이돌 다큐멘터리 영화에 몰린 건 이 세대의 문화적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요즘 40대는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을 계기로 국내 아이돌 음악을 본격적으로 소비한 첫 세대”(이택광 경희대 교수)다. 학부모가 돼도 K팝 아이돌을 소비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권위와 공적 가치 실현이 중요했던 386세대와 달리 탈권위와 개성을 부르짖었던 ‘X세대’였기 때문”(김상윤 문화사회연구소 연구원)이다.

전설적인 영국 록밴드 퀸의 활약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중ㆍ장년층을 넘어 20대 사이에서도 퀸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전설적인 영국 록밴드 퀸의 활약을 스크린에 옮긴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중ㆍ장년층을 넘어 20대 사이에서도 퀸 열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공장형 K팝’과 다른 신세계

요즘 음원 사이트에서 퀸 음악을 가장 많이 듣는 세대는 20대다. 국내 최대 음원 사이트인 멜론에서 ‘보헤미안 랩소디’를 재생(스트리밍ㆍ12~16일)한 사용자는 20대(43%)가 가장 많았다. 청년 시절 퀸 음악을 듣고 자란 40대 이상(24%)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높은 수치다. 영화를 본 20대가 음원 사이트에서 열정적으로 퀸의 음악을 찾아 듣고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음원 사이트인 지니뮤직에서도 영화 개봉 후 퀸 음악 연령대별 재생 수 증가도 20대(32배)가 가장 높았다.

20대는 퀸의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1946~1991)의 도전과 삶에 대한 확신에 충격을 받아 그들이 태어나기 훨씬 오래 전 세상을 떠난 록스타에 빠져들고 있다. 대학생 고세윤(22)씨는 “노래가 유명해서 퀸은 알고 있었지만 머큐리가 이렇게 파격적인 아티스트였는지는 영화를 보고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고씨는 “기획사에서 팀을 구성하고 곡을 만들어주는 대부분의 K팝 아이돌과 달리 밴드 멤버들이 음반사와 싸우며 자신의 음악적 정체성을 찾아가는 게 특별해 보였다”고 덧붙였다.

X세대의 자녀이자 1997년 이후 태어난 ‘Z세대’는 어떤 세대보다 개성과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게 특징이다. 그런 이들에게 머큐리는 빈 센트 반 고흐와도 같다. 인물이 지닌 비극과 그만의 독특함이 작품과 맞물려 더 매력적인 인물로 다가간다. 대학생 김민정(24)씨는 “성소수자로서 머큐리가 말했던 ‘내가 누구인지는 내가 결정해’란 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김진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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