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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무함마두 부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 로이터 연합뉴스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자 이 대륙 맹주를 노리는 인구 1억9,000만명의 대국. 나이지리아에 따라붙는 화려한 수식어다. 2015년 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뤄 국제사회 주목을 받았고, 이후 젊은 유권자들이 목소리를 내면서 내년 2월16일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250여 개로 나뉜 종족, 북부 이슬람과 남부 기독교 세력간 해묵은 대립, 빈부 격차와 세대 갈등, 과격 무장세력의 창궐 등 아프리카 특유의 불안요인도 적지 않다. 불모지에 어렵게 싹튼 민주주의가 안착할 수 있을지 전세계가 기대와 우려 섞인 시선으로 나이지리아를 지켜보고 있다.

◇군 장성 출신 현직 대통령 vs 부통령 지낸 노련한 수완가

18일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해 3개월 간 숨가쁘게 달려갈 대선 레이스의 대진표는 일찌감치 양강 구도로 짜였다. 무함마두 부하리(75)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며 집권당인 범진보의회당(APC) 후보로 나섰고, 이에 맞서 제1야당인 인민민주당(PDP)은 부통령을 지낸 아티쿠 아부바카르(71)를 대항마로 내세웠다.

두 후보는 캐릭터와 살아온 이력이 정반대다. 자연히 상대방의 약점은 나의 강점이다. 부하리 대통령은 육군 소장 출신으로, 1983년 정부의 부패와 경제정책 실패를 명분 삼아 무혈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했다가 불과 2년 만에 또 다른 쿠데타로 권좌에서 밀려났다. 3년간의 구금에서 풀려나 귀향했다가 98년 석유신탁회사 경영을 맡아 일선에 복귀했다. 이후 2003년부터 3차례 대선에 도전했다. 부정부패 추방은 그가 유권자의 표심을 공략하는 단골 슬로건이다. 퍼스트레이디 사무실 폐쇄를 공약으로 내세울 정도다.

부하리는 네 번째 도전인 2015년 대선 승리로 굿럭 조나단 당시 대통령이 이끌던 PDP의 16년 장기집권에 종지부를 찍었다. 과거 쿠데타 전력을 의식한 듯 부하리는 스스로를 ‘변형된 민주주의자’로 칭한다. 그러면서 부패에 맞서는 강직한 투사의 이미지를 강조하며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국제사회에도 이름을 알렸다. 당시 그의 방미는 트럼프 취임 이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정상으로는 첫 사례였다. 부하리는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강제노역, 현대판 노예제도, 인신매매, 사이버 범죄와 같은 초국가적 범법행위가 증가하는 현실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기도 했다.

이처럼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지만 그의 집권 이후 경제 상황이 별반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성장률 둔화로 살림살이가 악화되면서 재선 가도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집권 이듬해인 2016년에는 1991년 이래 처음으로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져 경기 침체의 수렁에 빠진 상태다. 대선 당시 50%에 육박하던 지지율은 올해 들어 20%대로 급락해 반 토막이 났다. 대대적인 소탕에도 불구, 좀체 근절되지 않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보코하람의 잇단 테러로 치안이 불안한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반면 아부바카르는 노련한 수완가다. 사업가로, 정치인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며 부와 명성을 쌓았다. 20여 년간 관세청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퇴임하면서 부동산 투자와 석유회사 창업으로 돈을 벌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미국으로부터 돈세탁 혐의를 받아 이후 선거 출마과정에서 후보 자격을 놓고 논란이 벌어져 법적 소송까지 가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는 98년 아다마와 주지사를 거쳐 99년부터 2007년까지 8년간 부통령을 지내면서 정치 입지를 굳혔다. 하지만 만족하지 않고 내년을 포함해 그간 4차례 대선에 도전하며 대통령의 꿈을 키웠다. 특히 ‘진정한 연방주의’를 모토로 내세워 표심에 어필하고 있다. 권한과 책임을 정부가 틀어쥐지 않고 36개 각 주에 분산해야 해외 투자와 숙련된 노동자를 유치해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원유 수출에 따른 수입이 국고의 90%를 충당하는 기형적인 경제구조를 뜯어고치자는 주장이다. 아부바카르는 “정치적 분권만이 우리가 살 길”이라며 “그래야 주민 각자의 책임감을 높이고 민주주의를 심화ㆍ발전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함마두 부하리 대통령에 맞서 나이지리아 대선에 제1야당 후보로 출마한 아티쿠 아부바카르 전 부통령. 아부바카르 트위터
◇노인들만의 잔칫상은 걷어치워라

이처럼 겉으로는 두 유력 후보가 대선 정국을 장악한 듯 보이지만 바닥 민심은 들끓고 있다. 더 이상 노인들의 굿판을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젊은층의 불만이다. 나이지리아는 1억9,000만 명 가운데 25세 이하 인구가 60%를 넘는 역동적인 국가다. 하지만 권력지형을 양분해온 기성정당의 두 후보는 모두 70대다. 이중 한 명은 30여 년 전에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최근 4년간 대권을 잡았고, 경쟁자는 불과 10년 전까지 8년간 부통령을 지낸 노회한 정치인이다. 사회 곳곳에서 분출되는 다양한 요구를 폭넓게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는데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더구나 ‘약간 진보적’인 집권 APC와 ‘약간 보수적’인 제1야당 PDP가 나이지리아의 정치를 좌우하고 있다. 이념의 차이랄 게 별반 없다 보니 정치인들은 편의에 따라 양당을 자유롭게 오간다. 정당이 선거 승리에만 몰두할 뿐 사회적 화두를 던지거나 새로운 의제를 설정하는 건 성가신 일로 비쳐질 정도다.

‘후견인-수혜자’라는 이해관계로 얽히고설킨 해묵은 엘리트주의는 이 나라 정치권이 기득권을 유지하는 버팀목이다. 나이지리아에서는 기업가와 정치가는 물론 쓰레기를 줍는 빈민에 이르기까지 진정 독자적으로 판단해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3년 전 부하리가 야당후보로는 처음으로 대선에 승리했을 때도 사실상 승자를 낙점한 엘리트 그룹의 암묵적 지지 덕분에 가능했다. 법적으로는 ‘전체 투표자의 다수 득표와 36개 주 가운데 24개 주 이상에서 25% 이상의 득표를 올려야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규정했지만, 실제로는 이처럼 보이지 않는 연줄과 집단적 영향력이 선거의 향배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나이지리아 현황

그 이면에는 오랫동안 나이지리아인의 의식을 지배해온 뿌리 깊은 ‘장로제’가 자리잡고 있다. 남성 연장자의 권위가 강하고 주술, 종교의례, 정치ㆍ군사ㆍ경제적 실권을 노인들이 독점하는 사회체제를 말한다. 자연히 권력 세습과 이권 결탁이 판칠 수밖에 없다. 종교적ㆍ지리적으로 국가를 양분하는 북부 빈곤지역 이슬람 세력과 남부 복음주의 기독교 세력이 8년 마다 번갈아 대권을 잡으며 적당히 나눠먹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기득권층은 장로제를 유지하기 위해 두 거대정당에 막대한 돈을 쏟아 붓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APC는 790만달러(약 89억원), PDP는 1,320만달러(약 149억원)를 선거비용으로 사용했다고 신고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80여명의 후보가 이름을 올렸지만 이 같은 ‘돈 선거’ 분위기 속에서 이변이나 화끈한 승부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나마 지난해 우여곡절 끝에 헌법을 개정해 대선 후보자의 피선거권 연령 기준을 40세에서 35세로 낮추면서 30대 중후반의 참신한 후보들이 얼굴을 내밀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미국 유학파, IT 전문가, 사업가 등 다채로운 경력을 지닌 이들은 돈 대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십분 활용해 인지도를 높이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CNN은 “이번 선거에서 당선을 노리기 보다는 다음 선거, 또 다음 선거를 위한 씨앗을 뿌리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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