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벅지 통한 심장판막 스텐트시술, 고령 환자 새 삶을 열어줘”

입력
2018.11.19 23:3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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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

대동맥판막 협착증 대부분 개흉술 위험한 고령 환자

심장 열거나 판막 자체 제거 않고 사흘이면 퇴원도 가능

2010년 첫 시술 후 500건 넘어… 환자 평균 79세, 성공률 98%

대동맥판막 스텐트시술(TAVI시술)은 허벅지 동맥을 통해 인공판막스텐트를 넣어 노화되고 딱딱해진 심장판막을 바꾸는 시술이다. 가슴을 열어 심장판막을 바꾸는 수술보다 크게 나아진 시술이다. 2010년 3월 국내 처음으로 서울아산병원에서 TAVI시술을 성공한 이래 최근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82)에게 500번째 시술을 시행했다. TAVI시술은 평균 79세 환자에게 시술할 정도로 고령의 심장판막질환 환자에게 보편화된 치료법으로 자리잡았다.

국내 TAVI시술을 첫 도입한 세계적인 심장질환 권위자인 박승정(64) 심장내과 교수를 만났다. 박 교수는 1991년 협심증 환자에게 금속망을 넣어 심장혈관을 넓히는 스텐트시술을 국내 최초로 성공하는 등 국내 ‘심장 치료의 혁명’을 이끈 주역이다. ‘2017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Clarivate Analytics 발표)에 선정된 유일한 한국의사이기도 하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얼마나 위험한 병인가.

“심장의 대동맥판막은 온 몸에 혈액을 내뿜기 위해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열리고 닫힌다. 나이가 들거나, 류마티스질환 등이 있거나, 선천적으로 석회화가 되면 대동맥판막이 잘 열리지 않고 혈액이 새면서 심장기능이 떨어진다. 북미ㆍ유럽 연구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의 30%에서 대동맥판막이 굳어지고(경화), 2% 정도가 붙는다(협착). 60세 이상에서는 10년이 지날 때마다 2배씩 더 많이 발병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진행되면 협심증, 운동성 실신, 심부전 등이 나타나는데 증상이 동반된 중등도 이상의 환자는 약물치료에 반응이 좋지 않고 수술을 받지 않으면 50%가 증상이 나타난 뒤 1년 이내 사망할 정도다. 그러나 이 질환의 가장 흔한 원인인 퇴행성 석회화는 나이 들면서 더 진행하는 것으로 수술 받을 정도의 심한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는 대개 고령이기에 개흉술(가슴을 열어 시행하는 큰 수술)을 하기에 너무 위험하다.”

-대동맥판막 스텐트시술(TAVI시술)은 어떤 치료법인가.

“스텐트 안에 조직판막을 넣은 형태를 심장혈관 스텐트와 같은 방식으로 환자의 좁아진 대동맥판막에 넣는 시술이다. 가슴을 절개해 판막을 교환하는 기존 개흉수술과 달리 대퇴부(넓적다리)에 있는 혈관을 따라 풍선을 심장판막까지 도달하게 한 다음, 좁아진 판막 사이에 풍선을 넣어 부풀린 뒤 판막 역할을 하는 인공판막 스텐트를 대동맥판막에 고정하는 방식이다.

심장을 열거나 판막 자체를 제거하지 않아도 되는 혁신적인 방식이다. 시술시간이 30분밖에 되지 않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개흉수술보다 환자의 체력 소모가 덜하고 입원기간도 3일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TAVI시술 후 심장초음파검사를 하면 좁아졌던 판막 입구가 2배 이상 넓어지는 등 증상이 크게 호전됐다. TAVI시술이 건강보험에 적용되면서 환자부담이 20% 정도 줄었다.”

-TAVI시술 성공률은 어느 정도인가.

“서울아산병원은 2010년 3월 수술이 어려운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에게 인공판막 스텐트를 이용한 TAVI시술을 국내 처음으로 성공했다. 이후 2016년까지 300례를 기록했고, 2017년 한 해 100례를 처음 성공시켰다. 특히 올해에는 8개월 만에 100례를 기록하며 올 한 해 150례 이상 TAVI시술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TAVI시술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는 미국에서도 연간 150례 이상 가능한 병원은 상위 15% 이내일 정도로 시술마다 진료과 간의 협진과 의술이 뒷받침돼야 한다.

서울아산병원에서 행한 500건의 TAVI시술을 분석해보면 환자의 평균 나이가 79세였고, 시술성공률은 98%였다. 특히 2017년 이후 200례 동안 시술 성공률은 99%로 크게 좋아졌고, 최근 100% 가까운 성공률을 보이고 있다. TAVI시술 평균 나이 79세인 환자들의 노화된 혈관을 통해 대동맥판막을 인공판막 스텐트로 교체하는 고난도 시술임에도 중증 뇌졸중 발생 0건, 조기(30일 이내) 사망률 1% 등 중증 합병증이 거의 없다.”

-세계적인 TAVI시술센터로서 서울아산병원의 장점은.

“무엇보다 서울아산병원 TAVI시술의 가장 큰 장점은 개별적이고 정밀한 검증을 통해 환자 중심의 효과적인 치료방향을 정하고 있는 심장내과(박승정 박덕우 안정민 강도윤 교수)와 흉부외과(주석중 김준범 김호진 교수)의 완벽한 협진체계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대동맥판막 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가 최상의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는 치료법을 찾아준다. 서울아산병원 대동맥판막스텐트치료클리닉은 2015년 6월부터 올해 4월까지 383명의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통합진료를 진행했다. 이 가운데 63%는 TAVI시술을, 10% 정도는 가슴을 열고 하는 수술인 대동맥판막치환술(AVR)을, 나머지 27% 정도는 약물치료를 시행했다. 즉, 심장팀(heart team) 내 모든 전문의들이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치료계획을 정해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우리 병원에서는 간단한 수면상태에서 이뤄지는 TAVI시술이 결정되면 첨단 영상장비와 수술장비를 모두 갖춘 하이브리드수술실(hybrid operating room)에서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의료진이 함께 시술한다. 흉부외과 의료진이 항상 대기하고 있어 혹시 모를 합병증에 대비해 곧바로 응급수술이 가능하다.

학술 성과도 많이 내고 있다. 2010년 국내 처음으로 TAVI시술을 시작한 이래 2011년부터 ‘대동맥판막 스텐트시술 국제학술회의’를 7번이나 단독 개최했고, 아시아를 비롯해 유럽, 미국 등 의료선진국 석학 400여명이 매년 서울을 찾고 있다. 미국심장학회지와 같은 유수의 학회지에도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2010년 3월 가슴을 열지 않는 대동맥판막스텐트(TAVI)시술을 국내 첫 성공한 이래 벌써 500례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박승정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2010년 3월 가슴을 열지 않는 대동맥판막스텐트(TAVI)시술을 국내 첫 성공한 이래 벌써 500례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박승정(맨 오른쪽)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500번째 TAVI시술을 하는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
박승정(맨 오른쪽)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500번째 TAVI시술을 하는 모습. 서울아산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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