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광주형 일자리’ 협상 난항, 그래도 꼭 성사돼야 한다

입력
2018.11.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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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수준을 낮추고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취지의 ‘광주형 일자리’ 사업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광주시와 현대자동차가 서울 현대차 본사에서 ‘완성차공장 합작법인 설립’ 투자협약 체결을 위한 막판 협상을 진행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18일까지 추가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 사업은 광주시와 현대차의 공동투자로 연간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10만대 수준의 차량을 생산하는 공장을 설립하는 내용이다. 직접 고용 1,000명, 간접고용 1만여명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기 때문에 국회와 청와대, 정부 차원에서도 전폭적인 지원 준비를 하고 있다.

광주시는 당초 현대차에 ‘광주형 일자리’를 제안하며 주 44시간 근무, 초임 평균연봉 3,500만원을 제시했다. 임금협상은 물가상승률만큼 인상하고, 처음 5년간은 근로환경이나 복지 등에 대한 단체협약도 유예키로 했다. 현대차도 이를 토대로 지난 6월 투자의향서를 제출하면서 협상이 시작됐다.

하지만 광주시와 한국노총의 합의과정에서 조건이 대폭 달라지자 현대차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근로시간 계좌제’ 도입과 40시간 3,500만원 적용, 단협 유예 삭제 등으로 당초보다 후퇴됐다는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를 비롯한 민주노총의 격렬한 반대와 세계 자동차 시장 침체에 따른 현대차의 실적 부진, 국내시장 포화 등도 협상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노동계는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 간 저임금 하향 평준화 경쟁에 기름을 붓게 만드는 위험한 시도”라며 반대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우리 사회에서 노사상생, 노사협력형 일자리 창출의 전형적인 모델로 기대를 받고 있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0년간 국내에 신규 완성차 공장이 설립된 적이 없다. 그런 면에서 광주에 새로운 완성차 공장이 설립된다는 것은 국내 제조업의 부활이나 고용창출이라는 차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적지 않다. 현대차는 사업성이라는 눈앞의 기업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거시적이고 큰 틀에서 이 사업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특히 노동계는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차원에서 통 크게 양보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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