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술무기 시험장 찾은 김정은, ‘비핵화 선조치’ 우선해야

입력
2018.11.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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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새로 개발한 첨단전술무기' 시험을 현지 지도했다고 북한이 공식 발표했다. 김 위원장이 무기 개발 현장을 찾은 것은 지난해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이후 1년 만으로 최근 북핵 협상 교착 국면과 맞물려 배경과 파장이 주목된다. 특히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북한의 중〮단거리 미사일 시험장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뒤 맞대응에 나선 모양새여서 가열되는 신경전이 우려된다.

북한 당국은 김 위원장이 방문한 시험장의 무기 체계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지만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이 전술무기라고 명시한 데 근거해 탄도미사일이 아닌 신형 방사포로 추정하고 있다. 전략무기가 아닌 전술무기 시험 개발 현장을 찾았다는 점에서 일단 미국 등 국제사회를 향한 도발성 무력시위로 보기는 어렵다. 북한이 최근 북핵 협상 교착 국면에서 핵ㆍ경제 병진노선으로 복귀하겠다고 말로 위협한 데 이어 무기 개발 현장을 찾아 행동으로 위협 수위를 높인 정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김 위원장의 보폭에는 미국과 대화를 포기하거나 판을 깨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절제가 가득하지만 미국 역시 압박의 강도를 높이고 있어 북미 갈등의 연쇄 상승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급할 것 없다”며 장기전을 예고한 가운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15일 NBC 뉴스 인터뷰를 통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핵 리스트와 폐기-검증 플랜을 밝혀야 한다고 북한을 압박하고 나섰다.

김 위원장은 협상의 장기화로 손해 볼 것 없다는 판단에서 기 싸움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실상을 직시해야 한다. 핵ㆍ미사일 대신 ‘경제건설 총집중노선’을 채택한 마당에 뚜렷한 경제 개발의 실적을 내기 위해서는 제재 완화가 시급하다. 트럼프 대통령도 협상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민주당의 공세를 막아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북미 양국 모두에 협상 장기화 국면이 이로울 게 없는 만큼 2차 정상회담을 최대한 앞당겨 실질적 비핵화를 위한 선조치 카드와 제재 완화 등 비핵화에 상응하는 조치를 맞교환하는 게 현명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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