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엔] 좋은 콜ㆍ일타삼피… 배달 기사들의 생존 전략

입력
2018.11.17 17:00
수정
2018.11.21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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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경기 고양시에서 한 배달 대행기사가 오토바이를 빠른 속도로 몰아 교차로를 통과하고 있다.
3일 경기 고양시에서 한 배달 대행기사가 오토바이를 빠른 속도로 몰아 교차로를 통과하고 있다.
한 배달 대행기사가 4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서 보행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통과하고 있다.
한 배달 대행기사가 4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서 보행신호를 무시하고 횡단보도를 통과하고 있다.
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한 배달 대행기사 잠시 정차한 사이 스마트폰으로 주문 콜을 확인하고 있다.
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한 배달 대행기사 잠시 정차한 사이 스마트폰으로 주문 콜을 확인하고 있다.
배달 대행기사들이 3일 경기 고양시의 인도에 잠시 정차한 사이 스마트폰으로 주문 콜을 확인하고 있다.
배달 대행기사들이 3일 경기 고양시의 인도에 잠시 정차한 사이 스마트폰으로 주문 콜을 확인하고 있다.
3일 경기 고양시에서 한 배달 대행기사가 육교를 주행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주문 콜을 확인하고 있다.
3일 경기 고양시에서 한 배달 대행기사가 육교를 주행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주문 콜을 확인하고 있다.

일주일 중 배달 주문이 가장 많다는 토요일 저녁, 내가 주문한 음식은 지금 건당 3,000 원가량을 수수료로 받는 어느 배달 기사의 오토바이에 실려 오고 있다.

배달을 한 만큼 돈을 받는 ‘지입식’ 배달 기사들에게 ‘시간은 곧 돈’이다. 때문에 이들은 온갖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등 목숨 건 곡예운전을 감행한다.

정해진 시간 내에 한 건이라도 더 배달해야 하는 배달 기사에게 필요한 건 속도만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더 적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면서 더 많은 건수를 처리할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주문 콜의 종류와 위치를 파악해 효율적인 전략과 전술을 짜는 능력도 배달 기사의 수익을 결정한다. 이들이 주행 중에도 주문 정보가 뜨는 스마트폰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이유다.

‘배달 천국’에서 살아남기 위한 배달 기사들의 전략, 그들만의 생존 노하우를 엿보았다.

#’좋은 콜’과 ‘나쁜 콜’을 구분하라

오토바이를 빠르게 모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시간이 곧 돈인 배달 기사들에겐 짧은 시간에 배달을 완료할 수 있는 주문 콜, 이른바 ‘좋은 콜’을 선점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동시다발적으로 뜨는 수많은 콜 중에서 이른바 ‘개꿀(매우 좋은) 콜’을 가려 받으려면 활동 지역의 지리와 신호등 위치 정도는 기본적으로 꿰고 있어야 한다.

배달 기사들이 꼽는 좋은 콜의 조건은 배달 거리가 짧고 신호 대기가 적어야 한다. 도보로 이동하는 동선 또한 짧아야 하는데,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으면서 계단은 많이 오르지 않는 곳이 좋다. 음식점이 몰려있는 번화가와 가까운 위치의 2~3층짜리 낮은 빌라촌이 ‘딱’이다.

반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동해야 하는 고층 오피스텔이나 아파트는 ‘나쁜 콜’ 또는 ‘기피 콜’로 통한다. 특히 엘리베이터 대당 사용자 수가 많은 복도식 아파트는 기피 대상 1호다. 간혹 엘리베이터 앞까지 나와 음식을 받아주는 ‘귀인’을 만날 때도 있지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느라 좋은 콜을 놓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대학교 역시 배달 기사들이 꺼려 하는 장소다. 오토바이 통행로가 제한돼 건물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건물 이름이 복잡하고 동선도 제 각각이라 위치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건물을 찾아냈더라도 실내에서 또 다시 헤매기 일쑤다. 학생들이 쏟아져 나오는 강의 종료 시간과 겹치기라도 하면 이동 속도가 현격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길 찾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나면 다음 일에 막대한 지장이 있다. 지입제 배달 기사들의 수입은 건당 3,500원 정도의 수수료가 전부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는 상황이 겹칠 경우 최저임금도 못 버는 상황도 벌어진다. 목숨 건 질주의 대가 치고 그들이 받는 보상은 낮아도 너무 낮다.

3일 경기 고양시에서 한 배달 대행기사가 차도를 주행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주문 콜을 확인하고 있다.
3일 경기 고양시에서 한 배달 대행기사가 차도를 주행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주문 콜을 확인하고 있다.
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한 배달 대행기사가 차도 위를 주행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주문 콜을 확인하고 있다.
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한 배달 대행기사가 차도 위를 주행하면서 스마트폰으로 주문 콜을 확인하고 있다.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든 배달 기사가 3일 경기 고양시에서 차도를 주행하고 있다.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든 배달 기사가 3일 경기 고양시에서 차도를 주행하고 있다.
4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서 한 배달 대행기사가 차도를 주행하며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있다.
4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서 한 배달 대행기사가 차도를 주행하며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있다.

#픽업픽업픽업-배달배달배달… ‘일타삼피’ 작전

하나의 동선으로 여러 주문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속칭 ‘일타삼피’ 작전을 펴기도 한다. 비슷한 위치에 몰려 있는 A, B, C 식당을 돌며 음식을 수거한 후 X, Y, Z 배달지에 배송하는 식이다. 1건 처리할 시간에 3~4건을 동시에 처리하므로 수익은 그만큼 늘어난다.

다만, 복수의 주문을 묶을 경우 어느 한 곳이라도 지연되거나 착오가 생기면 다른 배달까지 제시간에 처리하지 못하는 위험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한 식당에서 음식이 예정 시간보다 늦게 나오거나 배달지를 못 찾아 헤매기라도 하면 다음 배달 시간은 미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 졸지에 감정 노동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배달을 주문한 음식점으로부터 독촉을 받기도 하고 음식을 주문한 고객의 항의와 짜증도 받아내야 한다. 가중된 압박 하에서 무리해 서두르다 보면 사고 위험도 자연스럽게 커진다. 배달 대행업체들은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기사들이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콜 수를 제한하기도 한다. 어찌 됐든 식당과 배달 지역의 특성을 훤히 꿰뚫고 있는 베테랑 기사일수록 ‘일타삼피’ 작전 성공 가능성이 높다.

#배달함 속 음식이여 제발 무탈하소서

배달 대행 덕분에 배달 음식의 범주도 크게 확대됐다. 배달 기사들은 피자, 치킨, 자장면뿐 아니라 아이스크림, 케이크, 빙수, 커피 등 외부 충격이나 온도, 시간에 따라 상태가 민감하게 변할 수 있는 음식까지 무탈하게 배달해내야 한다. 때문에 동선이나 콜 선점 외에도 음식의 종류나 양에 따라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음식의 양이 많은 경우도 배달 자체가 힘이 들 뿐 아니라 다른 주문과 동시에 처리하기 어려워 솔직히 반갑지 않다.

#배달 비수기는 다가오는데…

배달 기사들 입장에서 겨울철은 여름에 비해 주문량이 현저히 줄어들기 때문에 좋은 콜 나쁜 콜 가릴 상황이 아니다. 추위와 눈을 피해 일을 그만두는 배달 기사가 속출하다 보니 대행업체들은 10월 11월 충분한 기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 결국 이 시기 일감 확보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전체 주문량도 점차 줄어드는 때여서 여름에 비해 벌이가 반 토막 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콜 따기’가 쉽지 않은 겨울엔 그만큼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데도 배달 기사들이 쉴 곳은 마땅치 않다. 일부 업체의 경우 대기실을 따로 설치하거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쉼터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모든 배달 기사가 이용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따라서 배달 기사들은 이동 동선에 따라 대기하며 쉴만한 장소를 틈틈이 물색해 두는 준비성도 갖춰야 한다.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혜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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