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여 대학생 학수고대하는데… 1년 동안 첫삽도 못 뜬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입력
2018.11.20 04:40
수정
2018.11.20 08:0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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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학재단 12월 착공 의사 밝혀… 반대 주민 설명회장 난입해 고성

지난 15일 오후 4시 돈암2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주민 설명회장 밖 복도에서 주민들이 기숙사 건설 결사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이승엽 기자
지난 15일 오후 4시 돈암2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주민 설명회장 밖 복도에서 주민들이 기숙사 건설 결사 반대 피켓을 들고 있다. 이승엽 기자

지난 15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돈암2동 주민센터. 행복기숙사 사업을 운영 중인 한국사학진흥재단(사학재단)이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사업과 관련해 주민들과 대학생 대표 및 청년단체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민 40여명이 설명회장에 난입하며 무산됐다. 이들은 ‘기숙사는 대학교 안으로’ ‘초등학교 5m 앞 기숙사가 웬 말이냐’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40여분간 “결사 반대”를 외치며 설명회 진행을 방해했다. 심지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대학생과 청년들은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당황한 기색이었다. 청년정당 우리미래의 우인철 공동대변인은 “주민들의 반대가 있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혀를 찼다.

인근 대학생 2,000여명이 입주 의향을 밝힌 동소문동 행복기숙사가 지난해 11월 착공 신고 이후 주민 반대로 1년 가까이 첫 삽조차 뜨지 못하고 있다. 재단은 초등학교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12월에 착공을 재개한다는 방침이지만, 반대 주민들은 좀체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행복기숙사는 대학생의 안정적인 주거 환경 지원을 위해 국·공유지에 공공기숙사를 건설, 대학생들의 신청을 받아 보증금 없이 원룸 월세보다 싼 월 24만원 이내의 저렴한 임대료(월세+관리비)로 공급하는 사업이다. 수도권 지역의 기숙사 부족을 해결하고 청년층의 주거 부담을 개선하기 위한 공공사업으로, 2014년부터 운영 중인 홍제동 행복기숙사가 대표적이다. 바로 인근에 한성대와 성신여대, 성균관대가 있고 고려대, 국민대 등과도 매우 가까운 국유지 공터에 지어질 예정인 동소문동 행복기숙사는 주변 사립대 12곳에서 2,000여명의 학생이 이미 입주 희망 의사를 표시했다.

통상 학교 주변 기숙사 설립을 반대하는 건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인근 원룸 임대사업자들이지만, 이곳은 달랐다. 예정지 뒤편에 위치한 아파트 주민들이 발목을 잡았다. 바로 앞에 초등학교가 있어 공사를 하면 자녀들 안전이 우려되고 기숙사가 들어오면 교육 환경이 나빠질 거라는 이유였다. 사학재단은 주민들의 반대 의견을 고려해 지난 8월 기숙사 층수를 낮추고 옥외주차장을 지하화하는 등 설계 일부 변경안을 내놨지만 주민들은 요지부동이다.

사학재단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재단 관계자는 19일 “공공기금으로 진행되는 사업인 만큼 공사 지연으로 인한 이자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고 대학생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이상 공사를 늦출 수 없다”며 “지난 3월 지반조사 당시 자동차로 공사장 입구를 막아 시추장비 진입을 저지하는 등 주민들의 물리적 방해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이런 일이 반복될 경우 법적 조치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5일 오후 4시 돈암2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주민 설명회에서 주민들이 기숙사 건설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승엽 기자
지난 15일 오후 4시 돈암2동 주민센터에서 열린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주민 설명회에서 주민들이 기숙사 건설 결사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승엽 기자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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