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작가 호크니 그림 1,019억원에 낙찰, 생존작가 최고가

9,030만 달러에 낙찰된 데이비드 호크니의 ‘예술가의 초상’(1972년 작). 크리스티

영국 출신 세계적 현대 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81)의 그림 ‘예술가의 초상’(Portrait of an Artist (Pool with two figures))’이 생존 작가의 작품 가운데 최고 가격으로 경매에서 낙찰됐다. 수영장을 배경으로 두 남자를 그린 이 작품은 15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9,030만달러(1,019억원ㆍ수수료 포함)에 팔렸다고 주요 외신이 전했다. 기존 생존 작가 최고가 낙찰 작품은 2013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5,840만달러에 팔린 미국 작가 제프 쿤스의 조형 작품 ‘풍선 개’(Balloon Dog)였다.

1972년에 완성된 ‘예술가의 초상’은 호크니의 '수영장 시리즈'의 하나로, 이번 경매에 출품될 때부터 화제를 모았다. 애초 크리스티가 예상한 낙찰가는 8,000만달러였다. 크리스티는 9분 정도의 ‘열광적인 경매’를 거쳐 낙찰자가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 작품에는 수영복을 입은 채 물속에서 평영 하는 남자와 빨간 재킷 차림으로 수영장 밖에 서서 그를 지켜보는 남자가 등장한다. 호크니는 자신의 작업실 바닥에서 발견한 두 개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하나는 1966년 할리우드에서 수영하는 사람의 사진이었고, 다른 하나는 한 소년이 땅에 있는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는 사진이었다.

이 그림 속의 서 있는 남성은 동성애자인 호크니의 11세 연하 애인이었던 피터 슐레진저를 모델로 한 것으로 추정된다. 196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에서 호크니의 미술 수업을 들었던 슐레진저는 그 후 5년 동안 호크니의 연인이자 가장 좋아하는 모델이었다고 크리스티는 설명했다. 영국에서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호크니는 미국의 집마다 갖춰진 수영장 위로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광경에 매료됐고, 이를 모티브로 한 '수영장 시리즈'를 발표해 미국에서 명성을 얻었다.

채지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