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표류하는 국정원법 개정, 여권부터 확고한 의지 보여라

입력
2018.11.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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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ㆍ정ㆍ청이 14일 비공개 협의를 갖고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하는데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여권 일각에서 검토되던 ‘국정원법 3년 유예’안에 대해서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청와대와 정부가 전력을 기울여도 모자랄 판에 ‘유예’ 얘기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국정원 개혁 의지 후퇴로 비친다. 손 안에 들어온 권력기관 권한 축소에 미련을 갖고 있다는 오해를 받지 않도록 법안 통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국정원법 유예 방안은 지난달 31일 열린 국회 정보위를 통해 처음 알려졌다. 대공수사권 폐지와 정치관여 목적의 정보수집 금지를 골자로 한 국정원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야당의 반발로 1년 가까이 표류하자 바른미래당이 국정원법 개정안처리 자체를 3년 뒤에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이 이런 중재안에 대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는 점이다. 한시가 바쁜 국정원 개혁을, 그것도 확실하지 않은 야당의 약속을 믿고 3년씩이나 미룬다는 것은 사실상 국정원을 그대로 놔두자는 말이나 다름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국정원을 방문해 “정권이 바뀌어도 국정원이 정치에 오염되지 않도록 제도화하겠다”고 한 발언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게 하는 무책임한 행태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비롯해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국정원장들이 줄줄이 구속된 사실이 상징하듯 국정원은 법으로 분명하게 통제하지 않으면 언제든 이탈할 수 있는 조직이다. 현 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운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 중단도 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되살아날 여지가 다분하다. 국정원에 의존하던 국내 정보 활용이 어려워져 청와대가 불편해한다는 소문은 그런 의심을 키운다. 여당은 권력유지를 위해, 야당은 미래 집권 이후를 위해 현상유지를 해놓는 게 낫다는 속셈에서 이해가 일치한다는 주장이 터무니없지만은 않다.

국정원의 권력기관화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독이 될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이번에야말로 권력의 하수인에서 벗어나 최고정보기관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안보공백’을 불러온다는 구시대적 사고에 사로잡혀 국정원 개혁에 반대하는 자유한국당부터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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