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협치 약속’ 얼마됐다고 또 국회 파행인가

입력
2018.11.1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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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국회가 또다시 파행으로 얼룩졌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청와대의 인사불통과 국정 일방통행 등을 문제 삼아 어제 국회 본회의를 보이콧하고,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행태를 ‘보이콧 중독증’ 이라고 비난하며 반쪽 국회를 강행한 탓이다. 불과 10일 전 초당적 협력을 약속하고도, 새해 예산과 수많은 민생입법을 미뤄 둔 채 기 싸움을 일삼는 여야의 건망증과 뻔뻔함은 통탄할 일이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조차 없다. 야당은 무조건 국회를 정상화해야 하고 청와대와 여당은 국정 책임을 보다 엄중하게 느껴야 한다.

국회 파행은 진작에 예고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여야정 상설협의체가 열린 직후인 지난 9일 국회에서 인사청문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은 조명래 환경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고, 여야 청와대합의 이행을 위한 실무팀이 발족한 날 야당이 ‘돌려막기’라며 극구 반대해 온 인사를 청와대 정책실장 등에 등용했으니 말이다. 더구나 민주당은 공공기관 채용비리 국정조사도 감사원 감사가 먼저라며 거부했다. 청와대 및 여당과 ‘경제ㆍ민생이 엄중하다는 공통된 인식’을 나누며 협치를 기대했던 야당으로선 뒤통수를 맞았다고 느낄 법도 하다.

그렇다고 해도 야당이 대통령의 사과와 인사책임자인 조국 민정수석의 해임을 요구하며 ‘국회일정 전면 거부 ’운운한 것은 설득력이 없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보장된 것이어서 국회는 견제할 수 있을 뿐 인사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야당은 “과거 보수정권에서도 지금처럼 막무가내 인사는 없었다”고 비판하지만, 이 논란과 국회 보이콧은 별개의 문제다. 야당이 정치공세 차원에서 문재인 정부의 인사 난맥상을 쟁점화하더라도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가는 것은 자해 행위다.

파행 책임의 더 큰 몫은 청와대와 민주당에 있다. 청와대는 그제 “(면책기간 등을 감안한) 7대 인사배제 기준에 해당하는 사람을 장관급에 임명한 적 없다”는 자료까지 제시하며 야당 주장을 반박했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민주당 역시 “20대 국회 들어 야당의 보이콧 사례가 14번”이라고 비아냥댔으나 여당의 무성의와 정치력 부재만 부각될 뿐이다. 야당을 끌어안는 대안도 없으면서 어떻게 ‘함께 잘 사는 포용사회’를 부르짖을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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