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에서 소변 보라” 장애인에 물병 건넨 항공사

입력
2018.11.15 14:14
수정
2018.11.1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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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 국적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 “치욕” 

호주의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 대런 벨링. 페이스북 캡처
호주의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 대런 벨링. 페이스북 캡처

아랍에미리트의 한 항공사가 하반신 마비 장애인에게 기내용 휠체어를 제공하지 않고 좌석에서 소변을 보라며 물병까지 준 사실이 알려졌다.

영국 BBC 방송은 하반신 마비 장애인인 대런 벨링(52)씨가 항공기 안에서 겪었던 황당한 경험을 14일 보도했다. 호주 국적의 장애인 아이스하키 국가대표인 벨링은 지난달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호주에서 두바이를 거쳐 헬싱키로 가면서 저가항공사 플라이두바이를 이용했다. 그는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치욕스러운 대우”라고 설명했다.

좌석과 좌석 사이가 좁은 항공기 구조상, 복도를 다닐 수 있는 특수한 휠체어가 필요하지만 벨링은 기내용 휠체어를 제공받지 못했다. 7시간이 소요되는 비행에 3시간 전, 벨링은 항공사 측에 기내에서 사용할 휠체어를 요구했으나 항공사는 ‘기내용 휠체어가 없다’고 답변했다. 벨링은 할 수 없이 휠체어 없이 비행기에 탑승해야 했다.

호주의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 대런 벨링. 페이스북 캡처
호주의 장애인 아이스하키 선수 대런 벨링. 페이스북 캡처

더욱 황당한 일은 벨링이 비행 중 승무원에게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말한 뒤 일어났다. 보도에 따르면, 벨링의 요구를 들은 승무원은 좌석에 앉아서 소변을 보라면서 빈 물병을 그에게 건네줬다. 소변보는 것을 가리는 담요를 제공하면서 대여비까지 요구했다는 게 벨링의 주장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항공사 측은 벨링에게 사과하면서 “승객을 조심하고 존중하는 태도로 대하겠다”고 밝혔다.

대회를 마친 벨링이 귀국할 때도 문제가 생겼다. 그가 귀국 시 이용한 에미레이트 항공사는 호주 브리즈번에 도착한 뒤에야 벨링의 휠체어를 두바이에 남겨두고 왔다고 알렸다. 벨링은 “그들은 나에게 ‘공간이 없어서 휠체어를 싣지 않았다’고 했다”며 “내가 받은 대우는 (장애를 가진) 누군가가 집에서 떠나지 못하게 막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홍인택 기자 heute12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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