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문화] 목가구 만들기, 어떻게 배울까

입력
2018.11.16 04:40
31면

최근 몇 년간 목가구 만들기를 배우는 것이 유행처럼 퍼지고 있다. 혹자는 목수라는 직업을 목적으로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취미의 일환으로 목공방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직업목수인 필자의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배움’이라는 것이 대부분 그렇듯 목공 역시 배우는 목적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고, 목적에 따라 적합한 교육방식을 신중히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는 아직 체계적인 목공 교육기관이 적을 뿐 아니라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어서 너무나 많은 사람이 배움의 언저리에서 목공을 그만둔다.

목가구 만들기를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조언을 하자면 이렇다.

직업 목수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목가구를 만드는 목수가 ‘공예가’라는 사실을 깊게 인식할 필요가 없다. 공예라는 분야는 기술을 필수조건으로 하는 미적인 분야이다.

많은 사람이 목수가 ‘기술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기술직이라는 것은 최종적으로 판매되는 것이 기술 자체인 직업을 의미한다. 자동차 정비공이나 배관공, 전기기술자와 같은 직종이다. 자동차 정비소 A보다 정비소 B가 더 고장 없이 잘 수리하면, 사람들은 B정비소보다 A정비소로 몰릴 것이기에 기술의 숙련도가 영업과 직결된다. 이런 직종이 ‘기술직’이다.

목수는 기술직일까? 목수 A가 목수 B보다 대패도 더 잘 치고, 톱질도 더 잘 한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목수 B가 목수 A보다 더 아름답고 기능적이고 인문적 배경이 있는 가구를 만든다고 하면, 사람들은 목수 B에게 가구를 구매할 것이고, 목수 A는 뛰어난 기술에도 불구하고 결국 목수를 그만두거나 기술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강사가 될 것이다. 이것이 필자가 수없이 보아 온 현실이다.

기술자는 ‘기술’을 팔지만, 목수가 최종적으로 판매하는 것은 기술이 아니라 ‘가구’이다. 이 점을 놓치면 생계로서의 목수는 요원해진다. 목수에게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아름다운 가구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다. 직업 목수가 자동차 정비공과 달리 미술관을 찾고, 책을 읽으며 미감과 인문학적 소양을 높이는데 힘쓰는 이유이다.

때문에 직업으로서의 목수를 꿈꾼다면 목공을 시작할 선생을 찾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 단지 ‘기술’만 가르치는 ‘기술전문학교’같은 교육공방을 찾는다면 실패할 확률이 크다. 반드시 자신만의 미적 성취를 이룬 목수를 찾아 선생으로 삼아야 한다.

취미로서의 목공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단지 ‘만들기’가 좋고, 뚝딱뚝딱 며칠만에 가구 한 점씩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면 동네의 아무 목공방이나 찾아가도 된다. 하지만 취미의 목적이 만드는 즐거움을 넘어 아름다운 가구, 삶과 안목의 성장과 함께 할 수단로서의 취미를 바란다면 이 역시 신중해야 한다.

목공을 시작한 사람들이 그들이 배운 공방과 공방장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종종 듣게 된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그 목공방의 잘못이라고만 말하기 어렵다. 자신의 목적을 정확히 설정하지 못하고, 선생을 구하는데 깊은 고민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절반의 실수가 있다.

목공은 힘들다. 위험한 기계들을 늘 가까이 해야 하며, 무거운 목재를 들어야 하고, 톱밥과 분진을 들이마셔야 한다. 직업이든 취미로든 이런 힘든 목공을 선택하려는 사람들을 보면 솔직히 말리고 싶다. 하지만 이런 만류에도 불구하고 꼭 목공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목공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숙고하고, 숙고된 목적에 따라 신중히 선생을 찾기를 바란다.

평생을 함께 할 취미를 갖는 것은 물론 직업 목수가 된다는 것은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몹시 지난한 길이다. 목가구 만들기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이 조금 더 신중했으면 한다.

김윤관 김윤관목가구공방 대표 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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