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 선방한 한미 FTA 개정 협상, 미일 FTA 개정 협상은 어떨까?

입력
2018.11.14 07:00
지난 9월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 FTA 개정안에 서명했다. 사진: 청와대
지난 9월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한미 FTA 개정안에 서명했다. 사진: 청와대

지난 9월 24일, 미국 뉴욕에서 한미정상회담이 진행되는 가운데 뉴욕의 또 다른 곳에서는 '한미 FTA 개정 협상이 완료'되었음을 알리는 한미 FTA 개정안 서명식이 치러졌다.

이 자리에서는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로버트 라이트하우저 미국 무역대표가 참석했고, 국내는 물론 미국의 수 많은 미디어 관계자들이 FTA 개정안에 담긴 내용에 집중했다.

결과적으로 윈-윈, 한미 FTA

한미 FTA 개정 협상은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상호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였다.

개정 협상을 통해 미국은 2021년 1월 1일에 철폐하기로 했던 화물자동차(픽업 트럭 등)에 대한 관세를 20년 더 유지할 수 있는 법적인 가이드를 마련했고 또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에 대한 안전·환경 기준 완화 적용이 2만 5천 대에서 5만 대로 상승했다.

반대로 한국 정부도 상징적인 의미를 얻을 수 있었다. 한미 FTA 초기부터 한국에게 가장 불리한, 혹은 독소 조항 중 하나로 평가 받아왔던 ISDS(투자자·국가분쟁해결) 제도의 중복 제소를 방지할 수 있는 도구를 얻었기 때문이다.

실제 이를 통해 트럼프 정부는 "낮은 관세를 이용해 미국 시장에 판매될 차량들을 막아내고 미국 차량들이 더 많이 수출될 수 있는 새로운 협상을 이뤄냈다"라고 자평했다.

물론 아직 미국 시장으로 판매되는 화물자동차(픽업 트럭 등)은 존재하지도 않는다. 또 일부에서는 현대차가 픽업 모델을 생산할 예정인데 이 차량의 수출길이 막혔다'라는 푸념도 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보더라도 미국 내 생산이 더 저렴하고, 빠른 대응이 가능하며 미국 내 판매 비중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차량을 한국에서 생산하고, 수출을 해서 '물류 비용'을 추가 지출했을 때 얻을 이점이 하나도 없는 게 사실이다.

게다가 미국 산 차량에 대한 기준 완화가 이루어 진다고 해도 지금 당장 미국산 차량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지 못하고 또 이 외에의 여러 관련 법안으로 인해 '아무런 검증 없이 어떤 차량이든 마구 수입될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지금 당장, 그리고 앞으로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개정 협상은 아니지만 트럼프 정부로서는 '아메리칸 퍼스트'라는 중요한 대의명분을 달성하기에 충분한 개정 협상이었고, 한국 역시 '크게 내주는 것 없이' 거대 국가와의 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고 평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트럼프 정부가 새롭게 개정을 준비하는 미일 FTA는 어떨까?

먼저 트럼프 정부의 미일 FTA 개정 협상 의지 및 플랜 발표와 동시에 한미 FTA 개정 협상이 '누군가'의 주장처럼 한미 동맹이 흔들리거나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의 갈등이 아닌 현 미국 정부의 일관적인 '아메리칸 퍼스트' 기조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이는 이란산 원유수입 예외국으로 한국이 지정 받은 것으로도 재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미일 FTA 개정 협상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진행된 중간선거 후 첫 기자회견에서 "현재 일본은 미국과의 자동차 무역에서 매우 불공적한 이익을 취하고 있다"라며 "일본은 낮은 관세로 미국에 막대한 차량을 수출하고 있으면서도 미국의 차량은 구매하지 않는다"라고 역설했다.

미국의 언론들은 이를 보도하며 '내년 초부터' 미국과 일본이 FTA 개정 협상을 진행할 것이고 자동차 무역 부분에서 미국 중심의 대대적인 개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8년 만에 민주당이 하원에서 다수당으로 거듭나며 러시아의 2016 미국 대선 개입 스캔들과 트럼프 탈세 논란 등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무역 및 외교에서 '아메리칸 퍼스트'를 더욱 견고히 할 것이라는 전망도 더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 내 생산에 집중할 트럼프 정부

그렇다면 미일 FTA 개정 협상의 방향은 어떻게 될까? 사실 미국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의 차량들은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정부에서도 단 번에 일본 차량에 대한 대대적인 관세 등과 같은 판매 감소를 유도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대신 미국이 아닌 다른 공장에서 생산되어 미국으로 수출되는 일본 브랜드의 차량에 대해 압박하여 '일본 브랜드'들이 미국 내 공장에서 차량을 생산하고, 미국 시장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FTA 개정 협상에 만족해 하며 중국에 대한 통상 공세를 이어가고 있는 트럼프 정부와 미국은 과연 내년 초로 예정된 미일 FTA 개정 협상에서 어떤 결과물을 손에 쥐게 될 수 있을지, 그리고 '자동차가 중심이 되는 개정 협상'에서 한미 FTA 개정안과 미일 FTA 개정안은 어떤 차이를 갖게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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