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진호 ‘나 대신 구속되면 3억원’ 임직원에 허위진술 강요”

입력
2018.11.13 18:44
수정
2018.11.13 23:4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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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자 폭로… “비자금 30억 조성, 성범죄 영상 업로드 조직 운영”

'양진호 사건'의 공익신고자 A씨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양진호 사건'의 공익신고자 A씨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구속되면 3억원” 식으로 임직원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하고, 30억원이 넘는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불법 업로드 조직 운영, 경찰 수사 대비 증거 조작 등도 더해졌다. 양 회장 소유 계열사의 임원으로 내부고발자인 A씨가 직접 모습을 드러내고 밝힌 내용들이다.

A씨는 13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 회장이 경찰 수사를 앞두고 임직원들에게 “구속되면 3억원, 집행유예되면 1억원, 벌금은 두 배로 보상해주겠다”고 회유하면서 허위 진술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소환 조사를 앞둔 임원에게 건넨 현금 ‘500만원’ 다발을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회유에 응하지 않을 경우 심지어 “내가 구속되면 너희는 무사할 줄 아느냐”고 협박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A씨가 이날 밝힌 양 회장의 비자금 조성 정황은 구체적이다. 양 회장이 임직원 명의로 위장계열사를 설립해 키운 뒤 이를 다시 매각해 그 금액을 자신이 갖는 방식 등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조성한 비자금이 30억원이 넘는다는 게 A씨 주장이다.

양 회장이 증거를 인멸한 정황과 직원들을 도청한 자료도 폭로됐다. A씨는 “2013년 최초로 양 회장이 도청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관리자 권한이 내게 주어졌다”며 실제로 양 회장이 수집한 것으로 보이는 통화내역ㆍ문자ㆍ주소록ㆍ녹음 등의 채증자료를 공개했다. 또 “양 회장이 경찰의 압수수색을 미리 알고 있었고, 휴대폰을 3번이나 바꿔가며 증거를 없애고 직원들의 하드디스크를 전부 삭제하거나 교체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런 방식으로는 결국 디지털 성범죄 관련 수사가 진행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 하에 내부 고발을 통해 진실을 밝히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양 회장이 임직원 몰래 디지털 성범죄 영상을 올리는(업로드) 조직을 운영해왔다는 그간 제기된 의혹에 대해 A씨는 사실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A씨는 “경찰의 (불법 음란물 방조 관련) 수사 착수 이후 양 회장이 해외로 출국하고 총괄책임자던 사장 역시 도망을 갔는데, 왜 그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했더니 직접 관리하고 운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직원들을 도청하는 데 사용했다는 불법해킹프로그램 '아이지기'(왼쪽)와 이를 통해 파악된 직원 통화내역. 공익신고자 제공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직원들을 도청하는 데 사용했다는 불법해킹프로그램 '아이지기'(왼쪽)와 이를 통해 파악된 직원 통화내역. 공익신고자 제공

이날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와 녹색당 등은 양 회장의 거액 탈세 의혹을 제기하며 서울지방국세청에 전면조사를 촉구했다.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양 회장은 법인세 44억여원, 종합소득세 78억여원을 추가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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