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공원 땅장사… 같은 상황, 전혀 다른 결론

입력
2018.11.13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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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서구 풍암동 중앙공원 전경. 광주시 제공
광주 서구 풍암동 중앙공원 전경. 광주시 제공

광주시가 민간공원 개발행위 특례사업(2단계)과 관련해 중앙근린공원 1지구 사업의 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광주시도시공사에게 공원 부지를 택지로 조성해 분양할 수 있도록 허용한 땅장사 사업 방식을 두고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부산시가 지난해 이 같은 유사 사업방식에 대해 ‘관계 법령에 부적합하다’는 이유로 제안업체가 낸 제안서를 반려시킨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시는 지난 7~8일 시민심사단과 제안심사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중앙공원 1지구 사업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로 광주시도시공사를 선정했다. 광주시도시공사는 아파트 등 비공원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공원 부지(21만1,476㎡)를 택지로 조성한 뒤 민간주택건설업체에 되팔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택지개발수익금(164억여원) 전액을 공원조성기금으로 내놓아 광주시가 이를 직접 운영하도록 하는 사업 제안서를 제출해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공사는 제안서에서 해당 택지 중 아파트 용지는 3.3㎡에 995만5,000원, 상가 용지는 3.3㎡에 2,000만원으로 분양가를 각각 제시했다.

도시공사의 이런 택지분양 방식의 사업 시행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이미 관련법상 시행이 불가능하다고 도시공원 관련 질의ㆍ회신 사례집에서 밝혔지만 시는 이를 무시하고 제안서 평가 작업을 진행했다. 시는 당시 땅장사 방식의 사업 시행 방식을 두고 법률 검토 의견이 찬반으로 갈리고 있기는 하지만 도시공사의 특례사업 참여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는 논리를 들이댔다. 시는 그러면서 광주시도시공사가 비공원시설 부지로 택지개발사업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제처에 유권해석도 요청했다.

그러나 부산시는 광주시와 유사한 사업 방식의 제안서에 대해 정반대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논쟁이 커지고 있다. 실제 부산시는 지난해 11월 말 영도구 함지골공원 사업에 대해 A업체가 비공원시설 부지를 매각하겠다는 내용의 사업 제안서를 내자 사전 협의 등을 거쳐 이런 사업 방식은 적정하지 않다고 제안서를 반려시켰다. 부산시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하면서 업체들이 접수한 제안서에 대해 사전 타당성 검토 및 사전 협의를 거쳐 제안사항에 대해 반려 또는 최초제안자 선정 등의 절차를 밟아왔다. 당시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도시계획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부산시 민간공원특례사업 라운드테이블은 A업체의 제안서에 대한 검토 의견서에서 “도시공원의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21조의2에 의하면 비공원시설의 종류 및 규모는 해당 지방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친 건축물 또는 공작물일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만큼, 제안의 내용과 같은 건축물 분양 없는 단순한 토지매각 사업은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특히 “제안 내용의 비공원시설 규모 및 사업 방식 등이 관계 법령에 부적합하므로 제출된 서류에 하자가 있고, 제안의 내용이 공원일몰제로 인해 공원이 해제될 경우보다 더 공공성이 확보되었다고 볼 수 없어 제안서 반려를 결정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부산시의 이 결정 기준에 따르면 광주시도시공사의 제안서는 ‘부적격 제안서’인 셈이다. 이 때문에 도시공사가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을 두고 과연 광주시의 제안서 평가가 공정하고 적절하게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도 불거지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광주시도시공사가 제안한 택지분양 방식의 사업 시행이 위법하다고 할 수 없어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상태”라며 “법제처 유권해석 회신 결과에 따라 광주시도시공사에 대한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취소 등을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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