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물가 4년 만에 최고… 반도체 수출가는 급락

입력
2018.11.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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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램 가격은 낙폭 키우며 석 달째 하락 


수입 물가가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4년여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2%(전년동월 대비)대로 오른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가계에 부담을 줄 전망이다. 반면 우리나라 수출 주력품인 D램 반도체 수출가격은 석 달째 낙폭을 키우며 하락했다.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수출마저 꺾일 경우 경기는 하강 국면에서 침체로 들어설 가능성도 없잖다.

13일 한국은행의 ‘10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 2010=100)는 전월보다 1.5% 상승한 92.06을 기록했다. 2014년 9월(93.03) 이후 4년 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원유(+3.7%) 천연가스(+2.8%) 철광석(+7.7%) 등을 포함한 원재료 수입물가가 3.1% 상승했고, 중간재 수입물가 역시 석탄 및 석유제품(벙커C유 7.4%, 프로판가스 10.1%)을 중심으로 1.0% 올랐다.

수입물가가 오르는 것은 유가 상승의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지난달 배럴당 79.39달러로 거래돼 전월(77.23달러)보다 2.8% 올랐다. 국내 수입물가는 국제유가가 오르기 시작한 지난해 하반기 이후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8월(-0.2%)을 제외한 모든 달에 올랐다. 수입물가가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영향을 미치면서 연중 1%대 중반에 머물던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9월 1.9%, 지난달 2.0%로 가팔라졌다.

지난달 수출물가지수는 전월보다 0.5% 상승한 88.32로, 2014년 11월(88.57) 이후 3년 11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유가 상승에 따라 경유(+4.4%)와 벙커C유(+9.6%) 등 정유제품 수출단가가 상승하면서 석탄 및 석유제품 수출물가가 3.6% 오른 효과가 컸다. 9월 달러당 1,120.6원이던 원ㆍ달러 환율이 지난달 1,130.81원으로 오르면서 수출가격의 원화 환산액이 확대된 영향도 작용했다. 지난달 계약통화를 기준으로 한 수출물가는 0.3% 하락했다.


반면 정유제품과 함께 국내 수출을 주도하고 있는 반도체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주력 수출품인 D램의 수출물가지수는 전월보다 4.9% 하락했다. 8월(-0.1%)과 9월(-0.4%)에 이어 3개월째 떨어진 것으로, 낙폭은 2016년 4월(-10.8%)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컸다. 반도체 부문의 또 다른 주력 품목인 플래시메모리 수출물가는 이미 1년째 하강, 지난해 10월 대비 38.3%나 떨어졌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에서 “D램은 수요 감소로 재고가 늘면서 가격이 하락하고 있고, 낸드(NAND) 플래시메모리는 공급 초과 상태”라고 진단했다.

수입물가가 수출물가보다 빠르게 오르는 점도 부담이다. 실제 수출물가지수를 수입물가지수로 나눈 값인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해 12월 이후 마이너스 증가율(전년동기 대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분모(수입물가)가 분자(수출물가)보다 더 커져 지수값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상품 1단위를 수출한 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량이 줄었다는 의미다. 수출은 여전히 호조라지만 수입품 대비 수출품 가치가 떨어지면서, 수출 증가가 국민 실질소득 및 내수 증가로 충분히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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