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 10명 중 7명 “한국 징용배상 판결 납득 못해”

입력
2018.11.13 09:55
수정
2018.11.13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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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씨가 지난달 30일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중 유일한 생존자인 이춘식 씨가 지난달 30일 대법원에서 열린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승소 판결을 받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국민 10명 중 7명이 신일철주금(옛 신일철제철)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 배상 판결에 “납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13일 발표됐다. 대법원 판결 직후 일본 정부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일반 국민들도 동조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다만 자민당은 국회에서 대법원 판결을 비난하는 결의문 채택을 추진했으나 야당 측 이견으로 무산됐다.

NHK가 9~11일 전국 성인남녀 1,215명을 대상으로 유ㆍ무선 전화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 대법원이 징용을 둘러싼 재판에서 일본 기업에 배상을 명령한 판결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9%가 “납득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어 “납득할 수 있다”는 응답은 2%에 불과했고, “어느 쪽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는 응답이 19%였다.

한국 정부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일본 정부의 대응에 대해선 응답자의 56%가 “제소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제소할 필요가 없다”는 5%에 그쳤고, “어느 쪽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는 25%였다.

이번 조사 결과는 대법원 판결 직후 일본 정부 요인들이 과격한 표현으로 연일 한국을 비판한 것이 일반 국민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국제법에 비추어볼 때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고 했고,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장관은 “국제사회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자민당은 국회에서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는 성명을 채택하려 했으나 문안에 대한 야당의 이견으로 무산됐다. 마이니치(每日)신문에 따르면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일본 공산당 위원장이 “공정한 해결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며 이의를 제기했고, 이에 전원일치를 기본으로 하는 결의문 채택이 보류됐다. 시이 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징용피해자 측 변호인들을 만나 “일본 측이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전향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초당파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일한의원연맹도 내달 13~14일 서울에서 열리는 한국 측 한일의원연맹과 합동총회에서 어떤 입장을 취할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자국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한편으로 한일관계에 대한 영향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郎) 의원연맹 회장은 지난달 30일 대법원 판결 직후 이낙연 국무총리와 전화통화에서 “판결을 수용하기 어렵다”며 한국 측의 적절한 대응을 촉구했다. 그러나 지난 2일 의원연맹 간부회의에선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주시하고 있다”, “한일관계가 크게 얼어붙는 것은 피해야 하지 않느냐” 등 냉정한 대응을 주문하는 의견도 제기됐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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