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정복한 첫 외인 사령탑 힐만의 ‘뜨거운 안녕’

입력
2018.11.12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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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 힐만 SK 감독이 지난 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을 마친 뒤 홈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이 지난 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을 마친 뒤 홈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외국인 감독 최초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트레이 힐만(55) SK 감독이 2년간 정들었던 선수단과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힐만 감독은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시리즈를 4승2패로 끝내고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았다. 2006년 일본프로야구 니혼햄의 지휘봉을 잡고 일본시리즈 정상에 오른 뒤 무대를 옮겨 한국프로야구도 ‘접수’했다. 한일 프로야구를 제패한 사령탑은 힐만 감독이 처음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캔자스시티 감독ㆍ2008~2010)와 일본프로야구(닛폰햄 감독ㆍ2003~2007)에서 지도력을 발휘한 힐만 감독은 2016년 11월 SK의 6대 사령탑으로 취임했다. 2017년 부임 첫해 팀을 5위로 이끌며 적응을 마쳤고, 올 시즌엔 2위로 6년 만의 플레이오프 직행을 이뤘다.

SK 구단은 2년간 성과를 낸 힐만 감독에게 연장 계약을 제안했다. 하지만 그는 고사했다. 미국 텍사스주에 거주 중인 고령의 부모를 옆에서 모시기 위해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2007년 일본을 떠날 때도 가족 문제로 돌아갔다. 당시엔 자녀들의 교육 때문이었다. SK는 힐만 감독의 의사를 존중, 정규시즌 최종일인 지난달 13일 고별 기자회견을 마련했다.

힐만 감독의 ‘예고 이별’에 선수들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꼭 우승 선물을 안겨주자”고 다짐했다. 외야수 한동민은 “감독님을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서라도 한국시리즈까지 가서 우승해야겠다”고 말했고, 투수 박종훈은 “감독님을 막을 순 없으니까 떠나는 길에 좋은 추억을 갖고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힐만 감독도 다가올 미래보다 현재에 집중했다. 정규시즌엔 긴 호흡으로 장기 레이스에 임했고, 포스트시즌에선 특정 선수와 기록에 의존하지 않는 용병술과 다양한 수비 시프트 및 작전으로 기민한 대처를 했다. ‘빅볼’과 ‘스몰볼’을 적절히 섞은 힐만 감독의 변화무쌍한 전략에 두 차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김태형 두산 감독은 패배를 인정했다.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한 힐만 감독은 평소 “내가 없더라도 선수들이 나를 그리워했으면 좋겠다”며 “몸은 미국에 있을지라도 SK와 좋은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난 한국프로야구 그리고 SK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힐만 감독을 떠나 보내는 SK는 곧바로 후임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 SK 구단 만의 감독 이ㆍ취임식 행사를 진행하기 때문에 이른 시간에 7대 사령탑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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