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단속해!” 장애인구역에 주차하고 버럭

입력
2018.11.12 19:00
수정
2018.11.13 07:3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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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강남구청 관계자가 논현동의 한 건물 주차장에서 비장애인 차량의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주차를 적발해 주차위반사실통보서를 붙이고 있다. 이한호 기자
12일 강남구청 관계자가 논현동의 한 건물 주차장에서 비장애인 차량의 장애인전용주차구역 불법주차를 적발해 주차위반사실통보서를 붙이고 있다. 이한호 기자

“살면서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이하 장애인전용구역)에 주차를 해본 적 한 번도 없어요. 오늘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어서 딱 한번 댄 거라고요.”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A빌딩 지상주차장. 바닥에 장애인 전용 표시가 크게 새겨진 장애인전용구역 한 켠을 고가의 외제 스포츠유틸리티(SUV) 차량이 버젓이 차지하고 있었다. 강남구청 단속반이 차량 앞쪽을 살펴보니, 장애인용 차량 표지는 부착되지 않은 상태. 주차장 관리인의 연락을 받고 내려온 30대쯤으로 돼 보이는 여성 차주는 “장애인전용구역이 딱 한 곳 있는 건물에 와서 굳이 단속을 하고 있느냐. 번화가나 가서 단속하라”고 되레 단속반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그는 단속반과 취재진을 향해 “내가 ‘다둥이맘’인데 당신들이 내 평상 시 모습을 아느냐”고 따져 물은 뒤 “위반을 해서 벌금 티켓을 발부 받았으면 그만 아니냐”고 했다. 장애인전용구역 주ㆍ정차 행위는 현행법 상 엄연한 불법 행위로 과태료 10만원 부과 대상이다. 단속에 나선 한문석 강남구청 장애인 팀장은 “차량 유입량이 많은 강남구에선 장애인전용구역 관련 위반 신고가 하루에 70건 가량 접수되기도 한다”고 토로했다.

이날 본보가 보건복지부ㆍ강남구청의 강남 일대 장애인전용구역 단속에 동행한 결과 오전 2시간 동안에만 3건의 불법 행위가 적발됐다. 불법 주ㆍ정차 1건, 장애인 주차 방해 2건 등이다. 이처럼 지난해 장애인전용구역에서 적발된 불법 주ㆍ정차, 주차방해, 주차표지 위ㆍ변조 등 사례는 33만359건으로, 위반 차주에 부과된 과태료만 총 322억2,300만원에 달했다.

장애인전용구역 내 불법행위는 해가 갈수록 큰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13년 5만2,135건이었던 위반 건수는 2015년 15만2,856건으로 뛰더니 지난해엔 7배에 가까운 33만359건을 기록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신고절차가 간편화돼 신고 건수 자체가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당국은 주요 원인으로 장애인전용구역에 대한 시민의식이 좀처럼 높아지지 않는다는 점을 꼽고 있다.

특히 장애인전용구역의 경계선을 넘어서거나 진입로에 물건을 쌓아둬 주차를 방해하는 것도 위반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여전히 모르는 이들이 많아 현장에선 단속에 애를 먹는다. 실제 이날 강남구 B빌딩 주차장에서 장애인전용구역의 3분의 1 가량을 침범해 계도를 받은 한 차량의 주인은 “주차 선을 넘는 것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냐. 주차장 관리자가 항상 그렇게 대라고 안내해준다”고 불만을 내비쳤다. 한문석 팀장은 “이 같은 주차방해행위는 2회 이상 적발되면 50만원의 과태료 부과 대상인데도 아예 모르거나 둔감한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가장 빈번한 불법 주ㆍ정차의 과태료가 10만원으로 그리 높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이 때문에 한 번 과태료를 무는 데 그치지 않고 2회 이상 법을 위반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전용구역 위반 행위로 2회 이상 당국에 적발된 차량은 3만4,453대로, 이중 1,880대는 6번 넘게 적발된 전적이 있는 차량이었다. 장애인 가족이 장애인 표지가 부착된 차량을 악용해 전용구역을 이용하는 경우 적발도 쉽지 않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애인의 어려운 사정을 가장 잘 이해해야 할 보호자 일부가 외려 장애인이 탑승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전용구역에 불법 주차를 하는 경우가 있다는 건 이율배반적”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hoo@hankookilbo.com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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