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신일철주금, 징용 피해자 변호인단 문전박대

입력
2018.11.12 15:26
수정
2018.11.12 20:59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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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국내재산 압류 절차 밟을 것, 포스코 합작사 지분 289억원 우선 검토”… 한일 갈등 고조

한일 시민단체 활동가와 강제징용 소송 피해자 측 변호인이 12일 한국 대법원의 손해배상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요청서를 전달하기 위해 도쿄 신일철주금 본사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야노 히데키 강제연행ㆍ기업 책임추궁 재판 전국 네트워크 사무국장, 김민철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집행위원장, 김진영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 임재성 변호사, 김세은 변호사. 도쿄=연합뉴스
한일 시민단체 활동가와 강제징용 소송 피해자 측 변호인이 12일 한국 대법원의 손해배상 판결 이행을 촉구하는 요청서를 전달하기 위해 도쿄 신일철주금 본사로 향하고 있다. 왼쪽부터 야노 히데키 강제연행ㆍ기업 책임추궁 재판 전국 네트워크 사무국장, 김민철 태평양전쟁피해자보상추진협의회 집행위원장, 김진영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원, 임재성 변호사, 김세은 변호사. 도쿄=연합뉴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관련해 한국 징용 피해자 측 변호인들이 12일 판결 이행을 요구하기 위해 일본 도쿄(東京)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 본사를 방문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원고 측 변호인은 신일철주금의 국내 재산에 대한 압류 절차를 시작할 뜻을 밝히면서 양국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 4명의 변호인인 임재성, 김세은 변호사는 이날 오전 도쿄(東京) 지요다(千代田)구 신일철주금 본사를 방문했다. 이들은 한일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고인이 된 세 명의 영정사진과 고령으로 현장을 방문하지 못한 이춘식(94)씨의 사진을 들고 신일철본사 건물에 들어갔다. 회사 관계자를 면담하고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수용해 신속한 배상을 촉구하는 내용의 요청서를 전달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러나 신일철주금 측은 건물 관리를 담당하는 회사 직원을 내보내 면담 자체를 거부했다. 건물관리 회사 측은 요청서를 받아두겠다고 밝혔으나 이를 신일철주금 측에 전달할지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변호인 등은 요청서를 전달하지도 못한 채 30분 만에 건물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임 변호사는 건물 밖에 대기한 한일 취재진을 만나 “면담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와 협의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고) 신일철주금의 한국 내 재산에 대한 압류 절차를 밟을 수밖에 없다”며 “신일철주금과 포스코의 합작회사인 PNR 주식 30%(약 289억원)에 대한 압류절차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인단과 한일 시민단체들은 이에 앞서 신일철주금 주변에서 한국 대법원 판결의 정당성을 알리는 유인물을 시민들에게 배포하기도 했다.

한국 내 신일철주금 재산에 대한 압류 절차가 시작될 경우 그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을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대법원 판결 직후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장관 담화와 한일 외교장관 전화통화에서 “일본 기업이 부당한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적절한 대응을 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어, 압류를 명분으로 한국 정부에 대한 공세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신일철주금 측은 이날 “한일 정부의 외교상황에 입각해 대응을 결정할 생각”이란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미 일본 정부는 대법원 판결 직후 신일철주금을 포함한 한국에서 소송이 제기된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고 배상에 응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신일철주금은 2012년 6월 대법원 파기환송 직후에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사법부 판단에 대한 수용 방침을 시사한 바 있으나, 지난달 대법원 판결 이후엔 ‘배상 불가’라는 일본 정부 방침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일본 공산당 시이 가즈오(志位和夫) 위원장은 국회를 찾은 변호인단과 만나 “일본이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을 토대로 전향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원고 측 변호사와 지원단체들의 배상 이행 요구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정부로서는 특별히 코멘트할 것은 없다”면서 “정부와 (소송 대상인) 일본 기업들과 평소에 긴밀한 연대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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