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기 경제팀, 협의체 만들어 한목소리 내라

입력
2018.11.12 04:40
수정
2018.11.12 08:2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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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실패의 교훈 5가지 제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후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2기 경제팀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수현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 체제로 꾸려졌다. 지난 1년 6개월간 이끈 김동연 부총리와 장하성 전 정책실장의 1기 경제팀 성적표는 기대 이하였다. ‘일자리 정부’가 무색할 정도로 실업률은 치솟고 생산ㆍ소비ㆍ투자는 동반 추락하며 경기는 이미 하강 국면으로 진입했다. 더구나 김&장 ‘투톱’은 각종 경제 현안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며 불협화음을 연출했다. 전문가들은 2기 경제팀이 이러한 1기의 실패를 거울 삼아 한 목소리를 내고 기업과 자영업자 등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며 노동ㆍ규제개혁 등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①경제팀 자주 만나 이견 조율하라

전문가들은 우선 경제팀이 자주 만날 것을 주문했다. 1기 경제팀의 경우 김 부총리와 장 전 실장이 회동하는 것 자체가 뉴스가 될 정도로 소통이 부족했다. 경제 상황이 위기인 만큼 내각과 경제분야 참모들간 정례적인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노무현 정부의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이정우 한국장학재단 이사장은 11일 “법안 통과 여부가 결정되는 국무회의에서는 국무위원들이 경제 현안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하기 쉽지 않다”며 “지금은 기재부, 금융위, 한은, 청와대 등이 모두 참여해 경제, 금융 정책을 총망라하는 회의체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2기 경제팀은 ‘정책이견→회의체 조율→단일 메시지’의 수순을 밟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경제팀이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도 경제 컨트롤타워는 신임 경제부총리가 돼야 한다. 이 이사장은 “부총리가 모든 사안을 전담할 수 없고 일정 부분 분업도 필요하겠지만 경제를 총괄하는 책임자는 부총리로 일원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도 “청와대 비서들은 어디까지나 대통령의 ‘비전’을 내각에 제시하는 선에서 그쳐야지, 자신들이 정책을 주도해선 안 된다”며 “경제 정책은 무조건 부총리를 필두로 한 내각 중심으로 굴러가야 한다”고 밝혔다. 정책실장은 가급적 목소리를 내지 말고 그림자가 되는 게 좋다는 이야기다.

②기업인 만나고 투자 활성화에 ‘올인’하라

한국경제의 활력 감소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는 투자다. 기업이 공장을 짓거나 기계ㆍ설비를 사들이는 설비투자는 지난 3월 이후 6개월 연속 감소했다. 9월 2.9% 늘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반도체ㆍ디스플레이 부문을 제외하면 마이너스(-8.9%)다. 투자가 늘어야 신규 일자리도 생기고 임금도 오르는데, 이러한 경로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우 교수는 “1기 경제팀은 이 같은 거시경제 지표 관리보단 재정만 푸는 데 주력했다”며 “2기 경제팀의 최우선 과제는 한시적으로 법인세를 감면하는 등 과감한 카드를 써 기업 투자를 자극하고 시장에 ‘정부가 정책 방향을 바꾼다’는 명확한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기업인을 적극 만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누구보다 기업 현장을 자주 찾아야 할 경제 부총리가 삼성을 방문하는 게 논란이 되는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는 이야기다.

[저작권 한국일보]생산ㆍ소비ㆍ투자 증감률
[저작권 한국일보]생산ㆍ소비ㆍ투자 증감률

③노조에 유리한 노동시장구조 개혁하라

기존 노동자에게 유리한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하는 노동개혁도 2기 경제팀의 과제다. 2020년 총선 일정을 고려하면 이번 정부에서 노동개혁을 추진할 시점은 지금 뿐이다. 박진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노동개혁의 핵심은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고 있는 상위 10% 노동자와, 비정규직 등 하위 90% 노동자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라며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 상승하는 연공서열식 호봉제를 폐지하고 직무나 역량에 기반한 연봉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생산성과 임금간 괴리가 큰 호봉제 구조에선 인건비 부담으로 기업의 신규채용 여력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 다만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실업급여 및 재교육 강화, 주거ㆍ교육ㆍ노후 등에 대한 전반적인 복지체계 구축이 함께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④자영업 대책 강구하고 내수를 키워라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의 대의와 명분에 반대하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이 직격탄을 맞은 것도 사실이다. 을들의 싸움이 돼 버린 측면이 큰 반면 이에 대한 보완책 마련도 필수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2기 경제팀은 비용 상승으로 인한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고통을 외면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서비스산업 활성화 등 내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1기 경제팀에서 기재부는 서비스산업 활성화 대책을 내놓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했지만 결과는 감감무소식이었다. 대신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5→3.5%) 유류세 15% 인하 등 단기적인 내수 부양책만 동원됐다. 박 교수는 “일본처럼 정부가 지방의 관광 인프라에 투자해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내수를 끌어올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일본 관광청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액은 2012년 1조846억엔에서 지난해 4조4,162억엔으로 급증했다. 고령화에 따라 급격하게 위축되던 내수 시장을 관광 산업 활성화로 보완한 것이다.

⑤규제개혁은 대통령이 총대 메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제이노믹스’의 세 축인 소득주도성장ㆍ혁신성장ㆍ공정경제 중 가시적인 성과가 가장 부족한 분야가 혁신성장이다. 정부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 방안’ 중 카풀(출퇴근 차량공유), 원격의료 등 규제개혁 관련 내용은 사실 알맹이가 없었다. 하 교수는 “규제개혁은 당사자간 정치적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게 핵심인 만큼 대통령을 필두로 한 청와대가 나서 풀어야 한다”며 “관료한테 이걸 맡긴다는 것은 규제개혁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행사에 직접 참여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자, 인터넷 전문은행의 은산분리 규제가 완화된 사례가 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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