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사라진 에어범프, 그래도 매력적인 시트로엥 뉴 C4 칵투스

입력
2018.11.10 08:23
시트로엥 뉴 C4 칵투스와 함께 드라이빙에 나섰다.
시트로엥 뉴 C4 칵투스와 함께 드라이빙에 나섰다.

시트로엥에게 실망했다.

차량 공개 때 확인한 이미지는 물론이고 실제로 본 후에도 뉴 C4 칵투스의 외모가 너무나 아쉽다. C4 칵투스를 그 어떤 존재보다도 유니크하게 치장시켰던 에어범프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여느 시트로엥의 차량과 다름 없는 하이라이트 컬러의 디테일을 더했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통일 시키는 건 좋은 아이디어지만 이렇게 된다면 '칵투스'라는 표현은 굳이 필요가 있을까?

이런 불만 가득, 뉴 C4 칵투스와의 주행에 나섰다.

시트로엥 뉴 C4 칵투스는 같은 그룹 내의 비슷한 포지션을 담당하고 있는 푸조 2008와 비슷한 체격이다. 실제 전장과 전폭은 4,160mm, 1,730mm이며 전고는 2008보다는 조금 더 낮은 1,530mm이다. 이를 통해 SUV의 고유한 느낌은 덜한 편이지만 도심형 크로스오버의 존재감을 확실하다.

더 강렬해진 시트로엥의 아이덴티티

C4 칵투스의 아이덴티티라 말할 수 있는 에어범프가 사라진 건 정말 실망스럽지만 뉴 C4 칵투스는 '시트로엥'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명확히 드러낸다. 곡선 중심의 도심형 크로스오버는 최근 시트로엥의 주요한 개발 방향이며 뉴 C4 칵투스는 이번 변화를 통해 C3 에어크로스, C5 에어크로스와의 통일감을 강조한다.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하며 안개등 주면과 도어 패널 하단에 하이라이트 컬러를 더한 기교를 선보였는데 이는 뉴 C4 칵투스만의 것이 아닌 시트로엥의 다른 크로스오버들에게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기교다.

전면 디자인을 보면 매끄러운 차체에 더블 쉐브론 엠블럼만이 자리했던 기존의 디자인과 달리 최근 시트로엥이 선보이고 있는 헤드라이트와 통일되어 있는 프론트 그릴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시트로엥의 존재감을 더욱 강조하고, 분리형 헤드라이트는 더욱 강조되었다. 다만 독특한 대비감의 에어범프가 사라진 점은 큰 아쉬움이다.

측면 디자인은 기존  C4 칵투스 대비 심심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독특한 면과 선의 처리, 그리고 하이라이트 컬러가 더해지며 유니크한 스타일은 여전히 인상적이다. 이와 함께 기존의 칵투스와 동일한 C 필러 디자인을 통해 도심형 크로스오버임을 명확히 드러낸다. 이외에도 독특한 휠 디자인은 여전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한편 후면 범퍼 하단에는 볼륨감이 돋보이는 클래딩 가드가 더해졌다. 다만 기존의 C4 칵투스에 비해 더욱 터프한 라인 처리를 통해 SUV 본연의 감성을 더했다. 새로운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는 이전보다 심심한 디자인이지만 전체적인 균형감이나 시인성은 무척 우수한 편이다.

 

편히 즐길 수 있는 공간

뉴 C4 칵투스의 공간은 컴포트를 외치는 시트로엥의 감성이 담겼다.

평평한 대시보드에 팝업 방식으로 자리한 와이드 디스플레이 계기판과 그리고 센터페시아 상단에도 디스플레이 패널을 배치해 직관적이고 깔끔함이 돋보인다. 실내 공간의 버튼을 스티어링 휠을 제외하며 최소로 줄이고 대부분의 기능을 터치 스크린을 통해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외형 변화에 집중한 만큼 실내 구성 요소의 차이는 크지 않는 게 사실이다.

대시보드의 디스플레이는 차량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비롯해 오디오와 차량 설정 등 다양한 기능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했다. 페이스리프트 이전과 시각적인 구성은 큰 차이가 없지만 한글 폰트의 적용과 사용성이 개선되었다. 특히 전반적인 터치감이나 하드웨어 적인 성능이 개선된 점은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뉴 C4 칵투스는 겉에서 보여지는 것보다 실내 공간의 더 넓게 느껴지는 강점이 있다. 다만 뉴 C4 칵투스로 변화를 거치면서 C4 칵투스의 상징과 같았던 벤치 타입의 1열 시트가 사라진 점은 무척 아쉽게 느껴진다. 직물 시트지만 착좌감이나 시트의 크기가 넉넉한 편이며 레그룸도 만족스러운 편이다.

레그룸은 평이한 수준이지만 헤드룸이나 시트의 착좌감이 우수한 2열 공간도 인상적이다. 기능적인 부분에서도 준수한 모습이 이어진다. 다만 이전에도 그랬지만 뉴 C4 칵투스 역시 창문이 슬라이딩 방식이 아니고, 또 제한적인 개방만 가능해 유의할 필요가 있다.

358L의 적재 공간은 차량의 체급까지 고려한다면 준수한 수준이다. 게다가 상황에 따라 2열 시트를 접을 경우 최대 1,170L에 이르는 적재 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실용성 부분에서도 큰 부족함이 없다. 다만 트렁크 바닥이 트렁크 게이트와의 높이 사이가 상당히 큰 편이다.

여전히 매력적인 파워트레인

다른 차량도 그렇지만 뉴 C4 칵투스의 보닛 아래에는 시트로엥을 대표하는 파워트레인 조합이 자리한다.

최고 99마력과 최대 25.9kg.m의 토크를 내는 1.6L 블루HDI 디젤 엔진과 ETG6 변속기를 조합해 전륜을 굴린다. 이미 다른 차량들에서는 ETG 대신 토크컨버터 방식의 ETA를 쓰고 있기에 조금 뒤쳐진 느낌이지만 리터 당 17.5km에 이르는 복합 연비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조합이다.(도심 16.1km/L 고속19.5km/L)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크로스오버

뉴 C4 칵투스와의 주행을 앞두고 먼저 시트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전도 그렇지만 여전히 넓은 시야, 개방감 그리고 편안함이라는 강점이 돋보인다. 실제 차체 대비 창문의 크기가 상당히 크고 각 필러의 두께도 상당히 얇게 구성된 결과다. 엔진 스타트 버튼을 누르고 버튼식 기어 시프트를 조작해 주행에 나선다. 버튼식 기어 시프트는 조작감이 아주 우수한 편은 아니지만 사용성이 무척 뛰어난 편이라 충분히 매력을 느낄수 있는 대목이다.

블루HDI 디젤 엔진이 늘 그렇듯 디젤 고유의 소음은 잘 들려온다. 하지만 진동은 역시 잘 다듬었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지 못한다면 이런 선택을 하는 것도 충분히 납득이 된다.

발진 상황에서 느껴지는 힘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출력 자체가 그리 높지 않은 편이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운전자가 느끼는 답답함이 큰 편은 아니다. PSA 차량들 특유의 경쾌함 덕분이다. 개인적으로 도심 속, 그리고 교외를 다리는 '이동용 차량'으로서는 이 정도의 출력과 구성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변속기의 변화도 인상적이다. ETG는 수동 변속기 기반의 변속기라 변속 상황에서 엑셀러레이터 페달에서 발을 떼야 특유의 '울컥거림'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뉴 C4 칵투스는 그 정도를 정말 인상적일 정도로 덜어내며 이제는 ETG 변속기로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저단, 저속의 상황에서 엑셀러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은 상태라면 그 울컥거림은 여전히 느껴진다.

차량의 기본적인 움직임에서는 푸조, 시트로엥 고유의 경쾌함이 돋보인다. 기본적으로 고급스러운 감성을 지향하는 차량이 아니기 때문에 안락한 승차감이 돋보이기 보다는 노면의 충격에 대해 어느 정도 타협하면서도 운전자들을 기분 좋게 하는 산뜻한 감성이 전해진다.

실제 차량을 다루는 데 있어서 그 어떤 불편함이나 답답함은 없다. 운전자의 조향에 따라 가볍고 또 부드럽게 움직이는 그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다. 이러한 깔끔하고 매끄러운 움직임이야 말로 파리의 도로에서 다듬어진 프랑스의 차량임을 증명하는 요소일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기본기가 우수하기 때문에 운전이 익숙한 운전자라면 주행의 템포를 끌어 올려 더욱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 수준이다.

기본기를 구성하는 프로그레시브 하이드롤릭 쿠션 서스펜션과 출력 대비 우수한 제동 성능은 무척 인상적이다.

과도한 충격이야 컴팩트 모델이니 100% 걸러내기 어려운 편이지만 일상에서 느끼는 정도의 충격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능숙한 하체의 움직임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다한다. 이와 함께 언제든 출력을 100% 확신을 갖고 제어할 수 있는 제동력이 더해지니 운전을 하는 내내 불안감을 느끼거나 긴장할 일 없이 '습관대로' 운전할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되었다.

게다가 효율성 또한 빠지지 않는다.

실제 시승을 하는 과정에서 자유로를 달릴 기회가 있었는데 일부 구간의 정체 속에서도 리터 당 21.7km라는 우수한 효율성을 과시했다. 참고로 주행의 배경은 자유로 가양대교 북단 부근에서 통일대교까지며 주행 거리는 49km, 평균 속도는 가양대교 및 일산까지의 일부 정체로 82km/h 수준이었다.

좋은점: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크로스오버

아쉬운점: 에어범프와 함께 사라진 칵투스의 매력

시트로엥 뉴 C4 칵투스의 강점은 '쉽고 편하다'는 점이다.

시야가 넓으면서도 도심형 크로스오버의 체격으로 쉬운 운전을 보장하고 프랑스의 풍부한 경험과 이를 기반으로 구성된 하체를 통해 그 어떤 존재보다 편안한 드라이빙의 경험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강렬한 한방은 없지만 부드럽고 마시기 딱 좋은 따듯한 스프 한잔과 같은 존재인 것이다. 다만 후추 한 꼬집처럼 존재하던 에어범프의 삭제는 정말 아쉬운 부분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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