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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ㆍ장하성 투톱 문책성 경질… 경제부총리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지명
J노믹스 입안한 캠프 출신 김수현ㆍ김연명, 정책실장ㆍ사회수석 발탁
왼쪽부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김수현 청와대 신임 정책실장, 노형욱 신임 국무조정실장, 김연명 청와대 신임 사회수석.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9일 경제정책 기조를 둘러싸고 불협화음을 내온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전격 교체했다. 순차적으로 인사를 하는 대신 둘을 한번에 바꾸는 전면쇄신의 모양새를 취했다. 후임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에는 홍남기(58) 국무조정실장, 김수현(56) 청와대 사회수석을 각각 지명했다.

또 공석이 된 사회수석에는 김연명(57)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 국무조정실장에는 정통 경제관료 출신인 노형욱(56)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을 발탁해 현 정부 출범 1년 6개월여 만에 문재인정부 2기 경제라인 정비를 마무리했다.

김 신임 정책실장은 참여정부 시절부터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으며 대선캠프에서도 정책통으로 활약하고 사회수석 재직 시 탈원전, 부동산정책 등 굵직한 현안을 다뤄 ‘왕수석’으로도 불렸다. 김 신임 사회수석은 대선캠프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복지공약을 주도했고, 대선 후에는 인수위원회 역할을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사회분과위원장을 맡은 진보 성향 학자다.

장하성 전 실장이 현 정부 출범 후 영입된 인물인 데 반해 김 신임 정책실장과 김 신임 사회수석은 대선캠프 시절부터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로 대표되는 J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려온 정책 입안자들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논란이 촉발된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다는 메시지가 이번 인사에 담겼다는 해석이다. 또 홍 부총리 후보자 역시 김 부총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색무취한 스타일이라 앞으로 국정운영 기조에 관료집단보다 청와대의 입김이 더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인사 발표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철학과 기조의 연속성을 이어가면서 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제시한 ‘함께 잘 사는 포용국가’를 힘 있게 추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기존 경제 노선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새 경제팀의 특징적인 키워드로는 ▦포용국가 ▦원팀(One Team) ▦실행력 ▦정책조율능력을 꼽았다.

다만 청와대는 경제부총리ㆍ정책실장 투톱 체제에서 빚어진 불협화음과 경제 콘트롤타워 논란을 의식한 듯, 경제정책을 부총리 책임하에 두는 원톱 체제로 간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윤 수석은 “경제는 야전사령탑으로서 홍 후보자가 총괄할 것이고, 김 신임 정책실장은 포용국가의 큰 그림을 그려나가며 부총리와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는 경제정책이 투톱이 아닌 원톱으로 가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윤 수석은 또 “일을 만들고 되게 하는 ‘원팀’으로의 호흡을 맞춰나갈 것”이라고 매끄러운 의사소통을 두 경제라인 수장의 장점으로 꼽았다. 홍 후보자와 김 신임 정책실장은 지난해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직을 맡으면서 손발을 맞춰 왔다. 문재인 정부 1기 국무조정실장으로 국정과제 이해도가 높은 홍 후보자는 ‘현장투입’이 바로 가능한 구원투수로 줄곧 거론됐다.

예산 국회 진행 중에 이례적으로 경제부총리와 정책실장을 중도 하차시킨 것은 문책성 인사라는 분석이 중론이다. 특히 장 전 실장과 지속적으로 각을 세운 김 부총리는 최근 국회에서 경제 실패를 청와대 책임으로 돌리는 뉘앙스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청와대는 홍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김 부총리가 계속 예산안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사를 통해 이낙연 국무총리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 후보자와 노 국무조정실장 발탁에는 이 총리의 강력한 추천이 있었다고 한다. 청와대 정책 수립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장 전 실장이 교체되면서 당분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의 존재감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문 대통령의 투톱 교체를 두고 여야 반응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경제정책의 연속성이 필요한 시점에서 정책 실행능력이 우선시된 적재적소의 인사”라고 평가했지만, 자유한국당은 “회전문 코드인사”라고 반발했다. 다만 홍 후보자가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도 관료를 지냈던 만큼 인사청문회 통과는 무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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