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판부 압력 회피 고육지책..형사합의부 3곳 늘린다

입력
2018.11.09 17:49
수정
2018.11.09 21:10
6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모습.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모습.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사법농단 의혹 사건을 맡게 될 서울중앙지법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기소(구속만료 15일)를 앞두고 형사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 세 개를 늘리기로 했다.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법원의 자체 노력을 보여줌으로써 정치권 안팎의 특별재판부 설치 압력을 차단하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법은 9일 “법원 관련 사건에서 연고관계 등에 따른 회피 또는 재배당 경우에 대비해 형사합의부 재판장들의 의견을 듣고, 판사회의 운영위원회와 사무분담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12일부로 형사합의재판부 3개부를 증설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새로 구성되는 형사합의부는 형사34부(재판장 송인권, 배석판사 김택성, 신동호)와 형사35부(재판장 김도현, 배석판사 심판, 김신영),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배석판사 임상은, 송인석)다. 법원 측은 “민사재판을 담당하고 있는 법관들 중 여러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임했다”고 밝혔다.

재판 공정성 시비에 휘말린 법원 입장에선 불가피한 방안 모색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사건 담당 합의부 13개 중 7개 재판부에 이 사건과 직ㆍ간접적으로 관련된 법관이 소속돼 있어서다. 조의연ㆍ김연학ㆍ성창호ㆍ이영훈 재판장은 검찰에서 참고인 조사를, 형사5부 이상엽 배석판사는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서면조사를 받은 바 있고, 김선일 재판장은 핵심 피의자들과 같은 시기에 법원행정처에 근무했고, 정계선 부장판사는 ‘피해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에 따라 사건배당 과정에서 검찰이나 피고인 측이 공정한 재판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재판부 기피신청을 하거나, 반대로 재판부가 사건 관련성이나 연고 등을 이유로 회피 신청을 할 경우 사건을 맡을 재판부가 별로 없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돼 왔다. 정치권 안팎에서 특별재판부 설립이 불가피하다는 핵심 근거이기도 하다. 서울중앙지법 한 부장판사는 “공정성 시비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재판부가 6개에서 9개로 늘어난 것”이라며 “보수적인 사법부 특성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평했다.

새로 꾸려진 형사합의부는 사건배당 규정에 따라 기존 형사합의부와 동일한 기준으로 형사사건들을 배당 받게 된다. 예를 들어 다음 주 중에 임 전 차장이 기소되면 증설된 3개를 포함한 16개 형사합의부를 대상으로 전자 방식에 따른 무작위 배당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만약 법관이 △사법농단 의혹 사건의 피해자이거나 △피고인 또는 피해자의 친족, 대리인, 변호인 등과 개인적 관계가 있는 등의 제척사유에 해당된다면 사전에 배당에서 제외되거나 배당 후 기피ㆍ회피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재배당이 이뤄질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공정성 시비가 해소되기 힘들 것이란 시각도 적지 않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사법농단 TF 탄핵분과장을 맡고 있는 판사 출신 서기호 변호사는 “재판부 몇 개 늘리는 숫자놀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피고인들이 사법행정권자로 법관들에게 광범위한 영향력 행사했고 인적 관련성도 높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새로 추가된 형사 합의부 법관들이 사법농단 의혹과 무관한지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건 관련자나 피해자로 연결돼 있을 경우 법원의 이번 조치에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 내년 이후로 예정된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어떻게 구성될지 등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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