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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하원 외교위원장이 유력한 엘리엇 엥겔 민주당 의원. AFP

11ㆍ6 중간선거에서 8년 만에 하원 탈환에 성공한 미국 민주당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 전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하겠다며 벌써부터 벼르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 정책도 민주당의 깐깐한 검증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원 외교위 민주당 간사인 엘리엇 엥겔(뉴욕) 의원은 하원 외교위가 백악관과 국무부, 그리고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이 외교정책을 어떤 식으로 펴왔는지에 대해 지체 없이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8일(현지시간) 전했다. 중간선거 결과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민주당이 하원 상임위원장직을 싹쓸이하게 돼 엥겔 의원이 차기 하원 외교위원장으로 유력하다. 그는 “일단 지켜보겠지만, 우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의회를 공화당이 장악한 탓에 별다른 견제를 받지 않았던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독주를 청문회 개최 및 조사권 발동 등으로 관리 감독하겠다는 것이다.

엥겔 의원은 특히 WP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문제와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을 주요한 조사 타깃으로 꼽아 트럼프 대통령과의 충돌을 예고했다. 지난 미국 대선에 개입한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간 공모 의혹을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체인 트럼프 오거니제이션이 외교정책에 어떻게 관여했는지까지 뒤져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 다음날인 7일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하원 다수당의 권한을 이용해 자신과 주변을 파헤치려 하면 ‘전투태세’로 맞서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아울러 엥겔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도 적극 견제해온 인사여서 대북 정책에 대한 청문회도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많다. 엥겔 의원은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직전 북한의 핵 미사일 프로그램 폐기와 검증 기준을 설정하는 ‘북핵 기준법’ 발의를 주도했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는 하원 외교위가 이란과 북한 문제에 대한 청문회를 개최해 시작부터 분위기를 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로이터통신도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커다란 합의를 타결하는 데 집착해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할 것으로 우려해 청문회 등을 통해 정부가 더 많은 정보를 공유하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민주당도 북한과의 대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어서 대북 정책의 큰 방향에 대한 제동을 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노력으로 핵 전쟁을 막았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이 대북 정책을 지나치게 정치적 이슈로 부각시키면 핵전쟁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에 발목을 잡는 전쟁 추구 세력으로 비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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