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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한 대형 교회 김모 목사 ‘그루밍 성폭력’ 의혹 피해자 측을 대변하고 있는 정혜민(왼쪽) 목사와 김 디모데(가운데) 목사가 9일 오전 인천 부평경찰서 앞에서 경찰 조사를 앞두고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환직 기자

인천 한 대형 교회 김모 목사로부터 ‘그루밍(grooming)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여성 신도들 측에게 김 목사 측이 원로 목사를 동원해 외압을 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피해자 측을 대변하고 있는 정혜민 목사와 김디모데 목사는 9일 오전 인천 부평구 부평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목사 아버지 김모 담임목사는 원로격 목사를 보내 정 목사 남편의 부모에게 ‘이 일에서 손떼게 하라’ ‘김 담임목사는 무소불위 권력을 가졌다’ ‘눈밖에 나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등 외압을 줬고 해당 녹취 파일도 있다”며 “김 담임목사는 언론을 통해 (그루밍 성폭력과 관련해) 외압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과 다르다”라고 밝혔다.

정 목사와 김디모데 목사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김 목사 측은 ‘성관계는 있었으나 상대 여성이 여럿이 아니고 성폭력은 아니었다’고 하지만 김 목사가 전도사, 목사가 아니었다면 피해자가 그를 신뢰했을지 의문”이라며 “김 목사 측은 이 일을 교계 내 계파 갈등으로 몰아가려고 하는 듯하지만 정치적으로 얽힌 것은 없다”고 말했다.

피해자 측은 앞서 김 목사가 2010년 전도사 시절부터 목사가 되기까지 8년간 자신이 맡은 10~20대 중ㆍ고등부와 청년부 여성 신도를 대상으로 그루밍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중에는 16살 때 피해를 입은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 목사는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는 10명이지만 피해자들 얘기를 종합하면 20명이 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중 5명이 김 목사 처벌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목사와 김디모데 목사는 이날 대한예수교교장로회 예장합동총회를 상대로 김 담임목사 면직과 국회를 상대로 그루밍 성폭력 관련 법 제정 및 개정을 요구했다. 또 한국교회 각 교단을 상대로 성윤리 예방과 성폭력 처벌 규정을 제도적으로 보완, 교회 헌법에 명시할 것을 촉구했다.

현행법은 합의를 했거나 폭행, 협박이 없어도 13세 미만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하면 성폭행으로 보고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미성년자의제강간죄인데, 정 목사 등은 의제강간 연령을 16세 미만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현행법상 김 목사와 피해자간 성관계가 강제성이 없다면 처벌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목사는 앞서 지난달 15일 교단에서 목회 활동을 할 수 없는 제명 처분을 받았다. 당초 필리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목사는 현재 국내에서 변호인을 선임하는 등 경찰 수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목사 그루밍 성폭력 의혹을 내사 중인 경찰은 이날 정 목사 등을 상대로 피해자 측 조사를 벌였다. 경찰 관계자는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정식 수사로 전환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목사 측 입장과 반론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김 목사는 앞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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