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크기 설정

트럼프, 로즌스타인 건너뛰고
‘충성파’ 휘터커에 대행 맡겨
러시아스캔들 특검 무력화 나선 듯
민주 “특검 개입 시도는 권력 남용”
“法 회복ㆍ유지했는데 사직 요구”
세션스는 사직서에서 트럼프 직격
중간선거가 끝나자마자 전격 경질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ㆍ6 중간선거가 끝나자마자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을 전격 해임했다. 러시아 스캔들 수사에서 ‘셀프 제척’ 결정을 내린 세션스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오다 결국 경질하고 자신에 대한 충성파를 법무장관 대행에 앉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인사가 로버트 뮬러 특검 수사 무력화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돼 미 정치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의 공로에 감사하며 그가 잘 지내기를 바란다"고 해임 소식을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슈 휘터커 법무장관 비서실장이 장관 대행을 맡을 것이다”며 “후임 장관은 추후 임명될 것이다”며 이 같이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에 앞서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이 이날 세션스 장관에게 전화해 대통령이 사임을 요구한다고 전한 뒤 세션스 장관이 사직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세션스 장관은 “당신의 요구에 따라 사직서를 제출한다”며 “매우 중요하게도 법무장관 재직기간 우리는 법률을 회복하고 유지했다”는 내용을 사직서에 담아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것이란 점을 적시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세션스 장관은 공화당 경선 후보 시절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 온 오랜 측근으로서 트럼프 정부 초대 법무장관이 됐지만 러시아 스캔들 수사와 관련해 스스로 수사 지휘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면서 대통령과의 관계가 틀어졌다. 이후 로드 로즌스타인 부장관이 로버트 뮬러 특검을 임명해 수사가 시작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세션스 장관이 특검 수사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면서 공개적으로 비난해 왔다. 지난 9월 언론 인터뷰에서는 “나에게는 법무 장관이 없다”고 말하는 등 여러 차례 세션스 장관을 해임할 뜻을 보였으나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 사법 방해로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측근들이 만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중간선거 이후의 내각 개편 시기가 자연스러운 교체 시점이 된 셈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해임이 특검 수사에 대한 개입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바짝 경계하고 있다. 특히 휘터커 법무장관 대행이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으로 알려져 특검의 수사를 제한하거나 종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휘터커 대행은 앞으로 뮬러 특검 수사에 대한 지휘권을 맡게 된다고 법무부 관리가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후임 장관을 임명하지 않아 로즌스타인 부장관이 법무장관 대행을 맡아야 하지만, 로즌스타인 부장관도 불신하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건너뛰고 법무장관 비서실장에게 대행을 맡겼다. 휘터커 대행은 지난해 CNN에 기고한 글에서 뮬러 특검이 트럼프 가족의 재정 문제를 조사한다면 너무 나가는 것이라며 “특검 수사가 마녀 사냥이라는 심각한 우려를 제기할 수 있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했다. 상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마크 워너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특검 수사에 개입하려는 어떤 노력도 대통령의 심각한 권력 남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송용창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