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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텃밭서 56.2%로 재선
당파 초월한 중도실용주의로 입지

민주당 전통적 강세지역인 메릴랜드주에서 재선에 성공한 래리 호건(오른쪽) 주지사가 6일 아나폴리스의 한 호텔에 마련된 캠프 상황실에서 당선이 확정된 이후 지지자와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공화당의 차기 주자로 급부상한 호건 주지사는 한국계 유미 호건 여사와 2004년 결혼해 ‘한국 사위’로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아나폴리스=AP 연합뉴스

“공화당 주지사가 아닌 모든 사람의 주지사로 일해온 덕분에 또 한번 기회를 얻게 됐다.”

6일(현지시간) 오후 10시 미국 메릴랜드주 아나폴리스의 한 호텔에 차려진 캠프 상황실에서 개표상황을 지켜보던 공화당 소속 래리 호건 메릴랜드주 지사는 ‘당선 확실’이란 방송 자막이 뜨자 그제서야 크게 웃었다. 한인들을 포함해 행사장을 가득 메운 지지자들은 승리의 함성을 내지른 뒤 “호건을 대통령으로”라는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재선 축하 현장은 어느새 대선 후보 출정식을 연상시킬 정도로 한껏 달아올랐다.

호건 지사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56.2% 득표율로 42.8%를 얻은 민주당 벤 질러스 후보를 가뿐하게 따돌리고 4년 만에 승전보를 또 울렸다. 민주당원들이 공화당원보다 두 배나 많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알려진 메릴랜드서 공화당 주지사가 재선에 성공한 것은 1954년 이래 64년 만이다. 그는 임기 내내 70%의 지지율을 유지하며, 미국에서 두 번째로 인기 있는 주지사로 주가를 높여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7일 ‘호건의 강력한 위업이 국가 지도자 야망에 불을 지피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공화당 내부에서 호건 주지사를 공화당 차기 주자로 키우려는 움직임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였다. 메릴랜드주는 연임까지만 허용되기 때문에 그의 차기 행보는 중앙 정치가 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는 내년에 전국 주지사 연합 회장직도 맡을 계획을 갖고 있다.

부동산개발업자로 회사를 일군 호건 주지사는 한국계 유미 호건 여사와 2004년 결혼해 ‘한국 사위’로 우리나라에서도 잘 알려진 정치인이다. 그는 취임 이후 미주 한인의 날, 태권도의 날을 지정하는 등 한국에 대해서 남다른 애정을 보여왔다.

호건 주지사는 보통 당파성을 초월한 실용주의자로 소개된다. WP는 “호건은 소모적인 정파 싸움 대신 민주당과의 협치를 통해 주를 운영해왔고, 재선의 비결이 됐다”고 전했다. 호건 주지사는 일방통행 식 국정운영을 펼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도 각을 세워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아동 격리 정책에 반기를 들었고, 국경지대에서 주 방위군을 철수 시키기도 했다. 이번 선거에서 메릴랜드 상ㆍ하원을 모두 민주당으로 넘겨준 데 대해서 “워싱턴에서 넘어온 장애를 넘어서기 어려웠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겨냥했다.

물론 그의 큰 꿈 앞에는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당장 호건 주지사가 추진하는 감세 정책 등은 민주당이 장악한 여소야대 의회의 반대를 넘어서기 쉽지 않고, 개혁에 반발하는 강성 주 공무원 노조와의 협상도 최대 현안이다.

‘중도’라는 꼬리표 역시 호건 주지사의 향후 중앙 정치 행보에는 마이너스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보수 성향의 공화당 지지 세력을 확보하기엔 전투력이 떨어진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호건 주지사는 중도 실용주의 정치 스타일을 일단은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보수와 진보 진영을 아우르는 외연 확장성을 앞세워 정면 돌파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호건 지사와 30년 지기인 마이클 스틸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의장은 WP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공허한 정치) 철학을 앞세우기 보다, 직접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는다”며 “호건이 원한다면 더 큰 정치 무대로 나아갈 기회는 언제든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도 메릴랜드 지역 한인사회가 영부인 유미 호건 여사를 중심으로 호건 지사 재선에 큰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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