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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두산 양의지(왼쪽)가 득점하고 있다. SK 포수는 이재원. 인천=연합뉴스

한국시리즈에서 ‘예비 자유계약선수(FA)’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양 팀의 안방마님 양의지(31ㆍ두산)와 이재원(30ㆍSK)은 몸값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고 FA 자격을 재취득하는 내야수 최정(31ㆍSK), 투수 장원준(33ㆍ두산)은 협상 테이블에서 목소리를 내기가 난처해졌다.

올해 FA 가운데 단연 최대어로 꼽히는데다, 2015년과 2016년 우승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양의지의 존재감은 역시 압도적이다. ‘곰의 탈을 쓴 여우’처럼 타자의 허를 찌르는 볼 배합과 프레이밍(스트라이크 콜을 많이 받게 하는 포구 기술)까지 완벽하다. 특히 2차전에서 7회초 최정 타석 때 사이드암 박치국의 바깥쪽 낮은 공을 절묘하게 잡아내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운 장면은 양의지의 가치를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그가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만으로도 투수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마무리 함덕주(24)는 “(양)의지 형만 믿고, 사인을 주는 대로 자신 있게 던진다”고 말했다. 수비뿐만 아니라 방망이도 매섭다. 3차전까지 타율 0.444(9타수 4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SK 주장 이재원은 넥센과 플레이오프 때 주루 플레이 중 다친 발뒤꿈치가 완전치 않은 상태에서도 안방을 지키고 있다. 백업 포수 허도환과 이성우가 있지만 기량 차가 현격해 이재원이 선발 마스크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재원은 “계속 상태는 똑같다. 좋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는다”며 “투혼보다 잘해야 한다”고 책임감으로 이를 악물었다. 타격보다 수비에 초점을 맞춘 이재원은 1차전과 3차전 안정적인 리드로 투수들의 호투를 이끌어냈다. 주춤했던 방망이도 3차전에 8회말 쐐기 홈런으로 발동을 걸었다.

두산 장원준이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실점한 뒤 마운드에서 내려가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SK 간판타자 최정은 한국시리즈에서 슬럼프에 빠졌다. 넥센과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연속 홈런을 터뜨린 뒤 뚝 떨어진 타격감이 다시 올라올 줄 모른다. 한국시리즈 1차전엔 팔꿈치 통증으로 결장한 그는 2차전부터 3번 타자로 정상 출격했지만 찬스마다 흐름을 끊었다. 정규시즌에서 타율 0.244로 바닥을 찍었던 그에게 반전은 없었다.

‘장꾸준’으로 불렸던 장원준 또한 끝 모를 침체를 겪고 있다. 정규시즌 3승7패 2홀드 평균자책점 9.92로 최악의 한 해를 보냈던 그는 선발에서 중간으로 밀려났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일본 훈련에서 ‘구위를 다시 끌어올렸다’는 평가 속에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받았지만, 뚜껑을 열자 그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다. 1차전과 3차전에 두 차례 중간 투수로 등판해 네 타자를 상대하면서 아웃카운트를 1개도 잡지 못하고 안타 1개와 볼넷 3개를 내줬다. ‘믿을 맨’으로 생각했던 장원준의 부진에 김태형 감독의 시름은 깊어졌다.

한편, 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두산과 SK의 한국시리즈 4차전은 우천 취소됐다. 9일 같은 장소에서 4차전이 펼쳐지며 나머지 일정도 하루씩 밀렸다. 두산은 이영하에서 조쉬 린드블럼으로 선발 투수를 바꿨고, SK는 그대로 김광현을 내보낸다.

인천=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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