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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는커녕 지지율만 떨어뜨리는 연금개혁
정치적 고려 지나치면 개혁 가능하지 않아
현재ㆍ미래세대 부담 사이에서 균형잡아야

국민연금 개혁이 난기류에 휩싸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 개혁안 초안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박능후 복지부 장관에게서 국민연금 개혁안 중간보고를 받은 뒤 “그동안 수렴해 온 다양한 의견들을 종합하되, 국민들의 의견이 보다 폭넓고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수정ㆍ보완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이 개혁안의 핵심인 보험료율 대폭 인상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고 거부감을 나타낸 것이다.

복지부 초안은 국민연금의 재정 안정화 방안과 노후소득 보장 강화 방안을 담았다. 재정 안정화 방안은 소득대체율(평균소득 대비 연금수령액)을 2028년 40%로 낮추도록 한 규정을 그대로 두고 보험료율만 현행 9%에서 단계적으로 15%까지 올리는 것이다. 노후소득 보장 강화 방안은 올해 45%인 소득대체율을 유지하고 보험료율을 12%로 올리는 방안과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고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는 방안 등이다.

문제는 모든 방안이 보험료율을 12∼15%로 대폭 인상한다는 점이다. 보험료율은 국민연금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 3%에서 시작해 5년마다 3%포인트씩 올랐으나 98년부터 지금까지 20년간 9%를 넘지 못하고 있다. 기금 고갈 시기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보험료율 인상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고, 속도조절 문제만 남아 있다. 일본 스웨덴 벨기에 등도 보험료율이 16~18%에 이른다.

때문에 대통령이 총대를 메고 보험료율 인상의 불가피성을 알리기 위해 국민 설득에 나서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오히려 제동을 건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처음부터 기금 고갈을 예정하고 만들어진 국민연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인기영합 차원이라는 지적도 있다. 아무튼 15일로 예정돼 있던 복지부 공청회나 이달 말 정부안 국회 제출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더욱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의견 반영, 국회 논의 과정, 2020년 총선 일정 등을 고려하면 이번 정부에서 연금개혁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연금 개혁은 국민의 박수를 받기는커녕 되레 지지율만 떨어뜨리는 사안이다. 그래서 국민 동의나 국민 눈높이를 핑계로 개혁을 지연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하지만 정치적 고려가 지나치면 연금개혁은 불가능하다. 국민연금에 ‘덜 내고 더 받는’ 마법은 없다. 지금 세대만 생각하면 소득대체율을 올리고, 미래 세대를 생각하면 보험료율을 올려야 한다. 이 같은 연금구조를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동의를 구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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