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목사 ‘그루밍 성폭력’ 의혹… 경찰 9일 피해자 측 조사

입력
2018.11.08 09:32
수정
2018.11.0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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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인천 한 대형 교회 30대 목사가 10~20대 여성 신도를 대상으로 ‘그루밍(grooming) 성폭력’을 저질렀다는 의혹을 내사 중인 경찰이 9일 피해자 측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다. 가해자로 지목된 목사는 당초 필리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국내에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경찰청 여청수사계는 인천 모 교회 김모 목사 ‘그루밍 성폭력’ 의혹과 관련해 피해자 측을 대변하고 있는 정혜민 목사와 김 디오데 목사를 9일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 7일 김 목사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도 했다. 그루밍 성폭력은 가해자가 경제ㆍ심리적으로 취약한 피해자에게 호감을 얻거나 돈독한 관계를 만든 뒤 성폭력을 가하는 것을 뜻한다.

피해자 측은 앞서 김 목사가 2010년 전도사 시절부터 목사가 되기까지 8년간 자신이 맡은 중ㆍ고등부와 청년부 여성 신도를 대상으로 그루밍 성폭력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20여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지난 6일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김 목사 그루밍 성폭력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공개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김 디오데 목사는 “김 목사 측에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라며 “내일 조사 후에 관련 입장을 표명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필리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목사는 현재 국내에서 변호인을 선임하는 등 경찰 수사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피해자 측 조사를 거쳐 정식 수사로 전환할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경찰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 등 혐의나 아동ㆍ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상 아동ㆍ청소년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 등 혐의를 김 목사에게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김모 목사에게 그루밍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여성 신도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김모 목사에게 그루밍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여성 신도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김 목사는 지난달 15일 교단에서 목회 활동을 할 수 없는 제명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면직 처분과 달리 제명 처분 경우 다른 교단에서는 목회 활동을 할 수 있어 피해자들은 면직 처분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목사 측 입장과 반론을 듣기 위해 교회에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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