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영향력 강화... 백악관 주도 대북정책에 변수 생겼다

입력
2018.11.07 21:00
수정
2018.11.07 21:35
9면

 [하원 ‘여소야대’ 영향은] 

 민주당, 하원 상임위원장 독식... 외교안보 정책에 레버리지 가져 

 北 인권문제 부각시킬 가능성 크고 핵 ‘선폐기 후 검증’도 반대 소리도 

 트럼프 ‘상원 사수’에 탄력받아 자신감 가지고 대북 협상 임할 수도 

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선거의 밤 행사에 참석한 낸시 펠로시(오른쪽·민주당) 미 하원의장이 민주당 하원 선대의장인 벤 레이 루한 의장의 손을 잡고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선거의 밤 행사에 참석한 낸시 펠로시(오른쪽·민주당) 미 하원의장이 민주당 하원 선대의장인 벤 레이 루한 의장의 손을 잡고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다. UPI 연합뉴스

6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결과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에도 일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이 주도하는 한반도 비핵화ㆍ평화구축 협상에 있어 의회가 직접 관여하진 않지만 민주당이 북한 인권 문제 제기를 가속화하는 등 트럼프 정부에 영향력 행사를 시도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미 상ㆍ하원 체제는 트럼프 정부의 대북 협상에 있어 장기적으로는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승자 독식주의인 미 의회 시스템상 하원 다수당을 차지한 민주당은 모든 상임위원장 자리를 확보하게 된다. 특히 하원은 행정부를 견제, 압박할 예산권과 법률심사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은 외교안보 정책을 비롯한 백악관 정책 결정에 상당 부분 레버리지를 갖게 된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 하원은 상원보다 당 지도부의 지침에 따라 의원들이 움직이는 경향이 크다”며 “선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독점해 온 여러 정책에 하원 민주당 지도부가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며 대북정책에 있어서도 구체적인 방법론에서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이 트럼프 정부의 대북 기조에 반대할 만한 사안으로는 북한 인권문제가 최우선으로 꼽힌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인권 유린, 고문과 공개처형 등에 목소리를 높여 온 데 반해 올해는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 상 이를 관철시키지 못했다. 이에 민주당이 지지층 이탈 방지를 위해서라도 인권 문제를 다시 부각시키려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현재 공석인 미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하라는 요구가 거세질 수도 있다.

의회의 제동이 예상되는 또 다른 분야는 대북제재다. 차기 북미 고위급 협상 및 2차 정상회담에서 대북제재 완화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질 수밖에 없지만, 미 독자제재를 본격적으로 해제하기 위해선 행정명령 외에도 2016년 발효된 ‘대북제재와 정책 강화법’ 등의 개정이 필수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대한 상응조치로 대북제재의 단계적 완화를 약속한다 해도 민주당 반대가 거셀 경우 실제 이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그 외 민주당이 북한 핵물질 및 무기의 신고ㆍ검증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올 경우 최근 남ㆍ북ㆍ미가 고려하는 ‘선(先) 폐기 후(後) 검증’ 방식도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의 상원 사수에 고무돼 더욱 자신감 있게 대북 협상을 이끌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역대 39차례의 미국 중간선거에서 집권당이 승리를 거둔 경우는 세 번에 불과할 만큼 불리한 선거였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형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 외교 관행과 다르게 톱다운 협상방식으로 북한 비핵화에 접근, 일정한 성과를 거둔 것도 사실이다”며 “중간선거 승리가 그의 비핵화 협상에 속도감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석엔 의회와의 협력을 크게 중시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도 근거로 거론된다. 앤드류 여 미국가톨릭대 교수는 “북한 이슈는 백악관이 모두 이끌고 있어 선거 전후로 정책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북한 관련 입법이 다소 더뎌질 수는 있으나 행정부가 이미 주도권을 확보한 사안이어서 큰 틀에서는 같은 기조를 유지할 듯 하다”고 내다봤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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