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코라시아포럼] “아세안 국가, 시장으로만 보지 말고 기술 지원 등 동반 성장을”

입력
2018.11.07 17:29
수정
2018.11.07 21:24
4면
구독

 세션 1 상생과 번영의 한ㆍ아세안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코라시아포럼’ 세션1 '상생과 번영의 한 아세안'이라는 주제로 패널토론이 열리고 있다. 고영권 기자
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 호텔에서 열린 ‘코라시아포럼’ 세션1 '상생과 번영의 한 아세안'이라는 주제로 패널토론이 열리고 있다. 고영권 기자

한국일보 주최로 7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상생과 번영의 한ㆍ아세안’ 을 주제로 열린 ‘코라시아포럼’의 세션1에서는 한ㆍ아세안이 상생 번영하기 위해선 신남방정책을 통해 아세안을 판매 시장으로만 여기는 기존 중상주의적 관점에서 탈피, 아세안에 대한 기술지원, 인프라 개발 등을 통해 함께 성장하는 구도를 마련해야 하다는 주장이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베트남은 최근 한국을 비롯한 16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아세안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허브로 자리매김했고, 태국은 ‘타일랜드 4.0’ 정책을 통해 스마트팩토리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미래성장 산업으로 육성하려하고 있어 아세안과 우리나라 사이에는 상생 번영을 위한 다양한 분야가 출현하고 있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혁 한ㆍ아세안센터 사무총장=오늘 제가 사회를 맡게 돼서 기쁘다. 저는 정부 간 국제기구인 한ㆍ아세안센터에서 사무총장으로 일하고 있다. 과거 필리핀과 베트남 대사를 지냈다. 그런 인연으로 한-아세안 관계 증진을 위한 일을 하게 됐다. 신남방정책은 공동번영을 위해 한국과 아세안, 인도가 윈윈하는 구도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나온 큰 정책이다. 또 이 지역과 세계의 경제ㆍ안보 지형 변화라는 흐름을 반영한 정책이다. 이 정책은 한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건 물론 평화와 번영, 그리고 하나의 공동체 형성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인도와 아세안은 현재 미국 중국 일본 등 메이저 파워들도 적극적으로 관계 증진을 위해 힘을 쏟고 있는 지역이다.

미국과 일본이 아세안 관계강화를 서두르고,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과 양자적 접근을 통해 아세안 회원국과 관계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주요 강대국 사이에 인도나 아세안을 둘러싼 경쟁은 잠재적으로 패권추구적 경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위험도 담겨 있다. 이런 점에서 중견국인 한국은 이 지역과 안보적 이해 충돌이 없으며, 아세안 국가들의 경제발전 롤모델이라는 점도 신남방정책의 성공을 돕는 주요 요소들이다.

물론 한국 역시 주변 강대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한국은 인도, 아세안을 우리 국가 전략 새로운 메이저 파트너로 발전시켜, 외교 안보와 경제의 지평을 넓히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게 신남방정책의 근간이다

인도나 아세안도 한국과 비슷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중국 미국 일본 유럽연합(EU) 러시아라는 강대국 구도 속에서 아세안, 인도, 한국이 서로 상호관계를 강화하면 이들 강대국과의 교섭에서 협상력을 높일 수도 있고, 강대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 새로운 질서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늘 패널로서 인도, 베트남, 태국, 한국의 저명하신 전문가 교수들을 모셨다.

지난 4월까지 제가 대사로 근무하던 베트남의 보 트리 탄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 회장에게 질문이 있다. 수년간 한국기업들의 베트남 러시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투자국이다. 지난 2014년에 투자 규모에서 일본을 추월했다. 중국 일본에 이어 한국은 베트남의 4대 교역국이다. 작년 교역규모는 640억 달러다.

베트남에 대한 한국의 투자 러시 배경엔 여러 가지 요소가 있는 데, △베트남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투자 유치 노력 △한-베트남 FTA △양국 간 경제 산업적인 상호 보완성 △중국의 투자 환경 악화 △아세안 중 베트남을 대체할 신흥국이 부상하지 않은 점 등이 이유라고 본다. 베트남은 근면하고 우수한 노동력과 함께 특히 최근엔 미ㆍ중 무역분쟁을 회피할 수 있는 지역으로 세계적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또 올해 말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가 발효되면 대외개방을 지향하는 베트남의 투자 유치 경쟁력도 더 큰 탄력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지만 다른 아세안 국가들이나 인도도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베트남이 외국 기업의 투자나 기업 환경 등 면에서 지금과 같은 최상의 경쟁력을 유지하가 위해서 어떤 전략이 있는지 알려 달라.

보 트리 탄 베트남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 회장=이 사무총장이 말씀하신 내용이 맞다. 과거의 성공이 미래 성공을 담보하지 않는다. 특히 외국인 투자 유치 부분에서 그렇다. 그런데 먼저 베트남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해서 말하기 전에 과거를 살펴보자. 베트남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보면 베트남은 아세안에서 가장 개방된 경제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FDI는 베트남 전체 GDP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또한 우리 수출의 70% 이상, 우리 산업생산의 50% 이상, 총 투자의 25% 이상을 차지한다. FDI는 베트남의 경제성장에 매우 중요하다. 한국은 베트남의 4대 교역국이면서 1대 투자국이다. 일본과 대만, 싱가포르 순으로 2~4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이 베트남 수출의 25%를 차지한다.

그런데 FDI에 부정적인 면도 있다. 투자자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베트남의 외국인 직접 투자와 관련해 중요한 기술이전이 제한적으로만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FDI가 베트남 중소기업들과 민간기업들에 필요한데 그런 부분에서 효과가 크지 않다. 이를 위해 기업 상장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지난 30년 정도 경제개발이 이뤄졌고 FDI도 이뤄지고 있는데, 새로운 FDI 정책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FDI의 양적 성장뿐 아니라 이제 질적인 성장에도 초점을 맞춰야 한다. 기술 스핀오프나 기술이전, 그리고 이런 것들이 베트남 전반 산업들과 연계돼야 하고, 중소기업들과도 연계돼야 한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성장, 녹색성장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선 첫 번째 제도적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 투명성 증대와 시장의 경쟁력 강화, 시장 경제가 구현돼야 한다. 한국이나 일본은 베트남이 시장경제라고 생각하지만, 아직 충분히 시장경제가 실현되고 있지는 않다. 시장 지향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또한 기업 환경을 개선하려 노력해야 한다. 세계은행의 기업환경친화적인 기술을 보면 싱가포르, 태국 등이 가장 개혁을 잘한 국가로 평가된다. 특히 기업환경 지수가 그렇다. 또 외국기업에 동등한 투자환경을 제공해야 하고 거래비용도 낮춰야 한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법적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CPTPP 기준에 맞춰서 높은 수준의 FDI 유치 위한 제도적 개혁 노력이 필수적이다.

두번째로 베트남은 16개국과 FTA를 체결했다. CPTTP, EU-베트남 FTA, 아세안 FTA도 체결했다. 제도적 개혁에 이어 베트남이 사업을 하기 위한 중심지 허브가 돼야 한다. 베트남 시장은 FTA를 체결한 16개의 주요 시장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미국 캐나다 CPTPP와 EU 일본 칠레 한국 러시아 등과 FTA를 체결했다. 베트남에 투자를 하면 단순히 베트남 시장만 공략하는 게 아니다. FTA로 연결돼 세계 시장이 다 연결된다.

세 번째는 베트남 투자국들은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 한국과 베트남이 그렇다. 베트남은 미국과 포괄적 전략적 협력관계를 갖고 있다. 러시아. 일본, 중국 이든 주요한 아세안 국가들을 단순히 교역대상국이 아닌 동반자 관계로 격상해야 한다. FDI에선 인적자원 개발 등도 동반돼야 한다. 앞으로 베트남은 매력적인 투자 대상처가 될 것이다.

한국과 베트남 간엔 유사점이 많다. 서로 전통이나 역사 면에서 비슷하고 양국 간 이해갈등도 없다. 인적 연계성도 증진되고 있다. 단순한 투자ㆍ교역뿐만 아니라 관광분야에서도 협력할 수 있다. 한국은 베트남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베트남 세대가 한국 케이팝, 영화배우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베트남 젊은이들이 한국 연예인에 열광한다. 양국 간 가치관을 공유하고 상호 연관성이 커지고 있다. 번영을 함께 구가해야 한다. 무역과 투자 자유화, 전략적인 이해관계 상충이 없다는 점 등에서 한국과 베트남이 아세안과 함께 지속적으로 협력관계를 강화해나가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무총장=인도의 아르빈드 파나가리야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는 인도 정부에서 각료도 지낸 현장 경험이 많은 학자다. 인도 인구는 아세안 전체인구의 두 배가 넘는다. 한국 기업들도 오랫동안 인도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고 관심을 가져왔다. 현장조사도 하고 투자도 계속 시도해왔다. 현대차는 인도에 진출해서 크게 성공했지만, 포스코는 오랫동안 진출을 시도했으나 좌절을 겪기도 했다.

인도가 큰 인구나 경제규모, 성장 잠재력에 비해 한국과의 경제협력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인도의 투자환경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이해도가 낮은 것도 원인이다. 인도 투자 생태계 전반이 한국기업들이 본격적인 투자를 하기엔 뭔가 미흡한 점이 있기도 하다. 사실 양국이 오랫동안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를 공유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인도 국민 간 상호 이해도가 낮다. 한국인들은 아직도 인도를 문화적이나 정서적으로 멀게 느끼고 있다.

인도와 중국은 비슷한 인구규모를 갖췄지만, 인도와 중국은 정치체제나 경제정책 면에서의 차이점이 많은데, 이런 점들이 국가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가 학문적 토론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교수님이 인도의 성장 잠재력을 중국과 비교했을 때 어떻게 평가하고, 한국기업이 인도 진출에 있어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는지 알려달라.

아르빈드 파나가리야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한국에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무역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이야말로 성공적인 사례다. 한국은 1950, 60년대 개도국의 틀을 깨고 수출지향적인 정책을 채택했다. 이를 통해 전례 없는 수출 성장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대만과 한국은 8~10%대 높은 성장률을 보여줬다. 최근 제가 ‘자유무역과 번영’이라는 책을 출판했는데 한국 대만을 주요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신남방정책은 꼭 필요하다. 인도 모디 총리가 매우 적극적으로 ‘룩 이스트’라는 동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미국 일본과 관계 강화다. 문재인 대통령과 긴밀한 협의를 하고 있고, 양국 간 상호관계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이 인도에 대해서 모르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는데 인도가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봐야 할 것 같다, 한국은 발리우드 영화를 보면 문화적인 친밀도 높아질 것이다. 저도 한국 드라마 많이 본다.

인도 경제는 사실 후발주자다. 지난 1991년부터 한국이 1960년대 취한 수출 지향적인 정책을 추구했다. 지난 15년 동안 인도는 7.6% 연평균 성장률을 달성했다. 루피 기준이다. 지난 25년 동안 달러 대비 루피 가치가 상승해. 달러 기준 지난 15년 동안 연 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60년대 한국과 비슷한 성장률을 보여준 것이다. 내년엔 인도 경제규모가 영국을 추월. 2025년엔 독일 추월, 세계 4대 경제국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향후 8, 9년이면 일본을 추월해 3대 경제국으로 부상할 것이다. 연 7.5~8% 성장하는데, 앞으로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다.

앞으로 30년 동안 인도 경제성장은 지속될 것이다 8~9% 연평균 성장률이다. 인도에서 큰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많은 한국기업들이 인도에 적극 진출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인도를 국빈 방문했고 모디 총리를 만났다. 삼성공장을 방문했다. 많은 다른 기업들도 인도 시장에 진출하려고 한다. 인도는 젊은 국가다. 중국과는 다른 점이다. 현재 인도가 중국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7, 8% 성장을 했다. 소득이 높아지며 경제가 글로벌 수준에 도달하면 그 다음부턴 정상화 궤도를 밟으면서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기 어려워진다. 중국은 지난 20년 동안 한국이나 대만처럼 급속히 성장했기 때문에 앞으로 20년 동안 5~6% 성장률에 머물 것이다. 하지만 인도는 향후 중국이 지난 20년 동안 보여준 폭발적인 성장궤도를 따라갈 것이다. 중국을 포함해 앞으로 노동력 부족 상태가 발생할 텐데 인도는 이런 데서 장점을 갖고 있다. 외국인이 인도에 투자하면, 높은 인도의 교육수준과 합쳐지며 상호 보완성이 강화될 것이다. 한국도 윈윈할 수 있다.

이 사무총장=제가 태국을 방문했을 때 1대 1 비즈니스 미팅도 하고, 동북경제회랑 견학도 했다. 태국 정부의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위한 열정이나 계획들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지난해 한국 태국 간 교역이 130억 달러다. 한-태국 간 잠재력이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향후 양국 간 경제관계가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한국기업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태국에 너무나 많은 일본 기업이 진출해 있어서 한국이 들어갈 틈이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제가 베트남에서 근무했을 때 보면 베트남은 특정 기업에 대해선 경우에 따라서 특별대우를 해주기도 했는데, 제가 태국에서 받은 인상은 동등한 대우를 중요시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태국 시장을 선점한 일본과 동등한 대우를 받으면 새로 진출한 기업에게는 오히려 불리한 조건이 된다. 앞으로 한국과 태국 경제관계에서 어떤 분야에서 한국이 어떻게 협력해나가야 하는지 알려달라.

완니파 피폽차이야씻 태국투자청 서울사무소장=한-태국 수교가 60주년이 됐다. 오래된 관계이다. 올해 10월에 60주년 기념행사를 했다. 태국이 한국에 관광지로선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제는 태국이 의료 관광. 소프트 강국이라는 것으로 인식을 바꾸려고 한다. 태국 정부는 ‘타일랜드 4.0’ 정책을 통해 기술성장 동력을 육성하려 한다. 한국은 IT면에서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으로부터 연구개발 등을 유치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FDI를 유치하는 데 있어 일본 기업들이 태국 시장을 선점하고 이어서 한국기업들이 자리가 없을 수 있다고 얘기는 데, 저희는 공평하게 모든 기업을 대우하려고 노력한다. 세제 혜택 같은 경우 연구개발 분야에 많은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베트남과 한국 간 관계가 급성장하는 걸 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세안 전체 인구를 봐서는 우리가 한국과 함께 협력을 확대할 여지가 많다. 한국 정부가 조직한 중소기업 대표단이 100명이 이상이 태국에 왔다. 외국 기업 사절단이 올 때 태국은 항상 환대한다.

태국과 한국이 협력을 확대할 분야 중 하나가 고령화 관련 분야다. 한국은 연구개발, 화장품, 바이오에서 기술 강국이다. 한 한국 기업은 동남아 시장에서 태국을 거점으로 활용하겠다고 한다. 로봇 바이오 IT 연구개발 등에 있어 공동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전기차나 자율주행차 분야도 그렇다. 한국디자인진흥원(KIDP)가 태국과 합작으로 전기버스, 대중교통을 시험 운영하려고 한다. 그 분야 외에도 제약사의 대표단들이 오셔서 태국 시장을 보려고 했고, ICT에 있어서 스마트 시티나 스마트 팩토리 등에서도 한국과 협력할 여지가 있다. 오랜 협력의 역사가 있고 확대 여지가 있다. 창업도 큰 분야다. 배터리 충전기술, 스마트 도시 등 내년에 더 많은 협력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태국은 내년에 아세안 의장국을 맡는다.

이 사무총장=미ㆍ중 간에 문역분쟁은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런 점에서 인도와 아세안이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오래 전부터 굉장히 많은 교류와 경제적인 협력을 해온 관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외 경제ㆍ안보적 환경을 고려할 때, 아세안과 인도를 새로운 차원에서 보고 모든 면에서 관계를 업그레이드 할 필요성이 있어서 신남방정책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아세안이 경제통합과정을 겪고 있다. 동시에 각국이 투자 유치를 위한 경쟁도 벌이고 있다. 앞으로 한국의 아세안 투자, 투자나 교역의 추이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아세안 관련 연구를 해오셨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 정부나 기업이 아세안과의 협력을 추구하는데 있어서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하나.

박번순 고려대 경제통계학부 교수 =우리나라 지난 3분기 성장률 통계를 봤는데 경제성장률은 0.6%를 기록했다. 수출은 4.7% 증가했다. 그런데 설비투자가 4% 넘게 감소했다. 한국경제의 문제는 설비투자 부진이다. 한국과 아세안이 상생을 하기 위해선 한국과 아세안 경제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한국경제는 고령화 등으로 고용창출 능력이 사라졌다. 우리 조선 산업이 몇 년 전 침체를 겪었다. 중국이 조선 산업을 따라오면서 우리는 새로운 방향을 찾아야 했다. 해양구조물, 해양시추 등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비중을 높였는데 석유가격 하락과 함께 문제가 됐다. 국내 기술이 부족한 점도 문제였다.

중국의 추격과 한국경제의 역동성 상실. 미ㆍ중 간 교역 문제 등이 악영향을 미쳤다. 우리의 대중 수출이 비중이 26% 인데 상당 부분이 다시 미국으로 수출되는 중간재다. 미ㆍ중 무역 마찰이 심화되면 우리 대중 수출도 줄어든다. 이런 걸 고려할 때 대체시장이나 보완시장을 아세안에서 마련해야 한다.

인도 시장이 중요하지만 한국의 수출 비중이 2% 정도 밖에 안 된다. 인도가 공업국으로 아직 개발이 안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수출에서 16%를 차지하는 아세안이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는데, 지금 아세안과의 관계는 매우 좋다. 하지만 아세안 10개국 중 선진 6개국과의 교역은 정체에 있거나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베트남으로만 교역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있다. 또 한국과 아세안 간 교역에서 한국이 상당한 흑자여서 아세안이 점차 불만을 느낀다. 한국은 미얀마, 캄보디아 등의 시장을 거의 개척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세안 선진 6개국과의 관계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일본 기업들이 1960년대 이후로 아세안 선진국에 뿌리를 내려서 우리 기업이 진출하는 게 상당히 어려운 점은 있다.

아세안 경제가 역동적으로 보이지만 내부적으론 아세안 선진 6개국은 이미 중진국 함정에 빠져있다. 아세안고 한국이 같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아세안이 우선 경제적으로 성장해야 한다. 우리 기업들은 아세안 진출과 시장 활용해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신남방정책을 추진 할 때는 아세안과의 관계를 상생하는 쪽으로 가야 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 정부의 방향대로 아세안이 성장을 해야지 서로 공동 번영하고 상생도 가능하다.

베트남은 급속히 성장하지만, 인도네시아 태국 등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아세안과 협력을 이런 차원에서 진행해야 한다. 아세안은 개발 도상국이어서 지속적으로 성장 할거다 인구도 6억5,000만명이다. 아세안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걸 발휘할 수 있도록 한국이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정부는 중상주의적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아세안이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기술지원, 아세안 인프라 개발에도 참여를 해야 한다. 기업의 입장에선 아세안 선진 6개국 제조업체들을 인수합병을 하고 경영을 정상화하는 방안을 택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세안은 제조업을 발전시키지 않고 서비스업만 발전시켜서는 성장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 아세안 기업들을 건전하게 발전시켜서 윈윈해야 한다.

한국은 동질적인 문화와 단일 민족으로 구성돼 있다. 아세안은 복합민족의 복합문화를 갖고 있다. 우리 기업인들이 아세안에 진출할 때 종교와 언어 등 새로운 환경에 직면하게 된다. 진출기업들은 다문화에 대한 이해를 가져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베트남 캄보디아 등에 나갈 때는 노동집약적인 기업들이 주로 진출하는데, 여기는 수익률이 박한 게 특징이다. 현지 노동 문제에 대해 예민하게 다루지 않으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 환경 문제도 마찬가지다 노동과 환경에서 우리 기업들이 예민한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

우리 기업들이 정책적으로 특혜를 받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사라졌다. WTO 등도 있고 국가 권력자랑 사업 혜택을 개인적으로 논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정상적인 운영을 해야 한다. 1997년에 기아차가 인도네시아에 가서 국민차 프로젝트를 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대통령 셋째 아들과 사업 하다가 외환위기가 발생하자 가장 먼저 없어졌다. 표준적인 방법으로 사업을 해나가야 한다.

이 사무총장=우리는 아세안 진출에 있어서 신남방정책을 통해 서로 윈윈하는 포뮬러를 만든다. 공동 번영이라든지 평화, 사람 간의 교류 증대 등을 통해 서로 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진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한반도의 평화 무드가 조성되고, 이런 평화무드가 앞으로 아세안이나 우리 한국에 인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북한 핵문제가 해결이 되고 본격적인 교류가 시작되면 북한 경제 재건을 위한 지역적인 국제적인 노력이 시작될 수도 있다. 남북 간 관계가 좋아지면 베트남에 투자했던 기업들이 북한으로 가는 거 아니냐 우려하는 분들도 있다.

보 트리 탄 베트남 태평양경제협력위원회 회장=매우 흥미로운 질문이다. 평화로 향해가는 여정에서 자원이 어떻게 배분될 것인가의 문제인 것 같다. 북한이 새로운 대상지가 될 수 있겠지만, 베트남에선 우리가 전쟁을 이겼지만 평화를 잃었다는 얘기를 한다. 평화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지불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대가가 무엇이든 간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지지한다. 물론 자원에 대해선 경쟁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무언가가 창조되면 창조효과가 훨씬 값지다. 평화와 안정이라 아세안이라는 큰 지역에서 안정이 유지된다. 통합을 지지하게 되면 무역과 투자 전체가 활성화된다. 그렇게 되면서 거기서부터 나오는 혜택들이 훨씬 커질 것이다.

이렇게 무에서 유가 창출되면 이게 다른 곳으로 자원의 분산효과보다 훨씬 장점이 있다. 윈윈 효과다. 지금 미얀마가 지금 개혁개방 하는데 자원이 분산되는 걸 베트남에서 그렇게 많이 얘기하지 않는다. 한 국가가 개방되면 많은 창조가 나타나고 많은 이들이 혜택을 얻는다.

아르빈드 파나가리야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교수 =저도 공감하는 바이다. 투자 기회가 발생하면 투자가 증가한다. 일부 투자가 베트남에서 북한으로 분산이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얘기하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북한에 직접 투자를 할 거다. 다만 이 프로세스가 동서독이 갑작스럽게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서 통합이 되는 과정을 겪었던 것처럼 이뤄지진 않고 남북 통일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중요한 건 북한과 한국의 화해가 이뤄진 다음 지정학적 정치적으로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본다. 미국과 중국 간 긴장도 완화된다. 정치적으로 경제에도 긍정적인 시사점을 준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볼 때 이러한 변화가 발생한다면 매우 대대적일 거라고 본다.

이 사무총장=상생과 번영의 한 아세안 주제를 다뤄봤다. 경제협력이라는 건 기브 앤 테이크다. 상생하고 윈윈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 신남방정책이 한국과 아세안, 인도 간에 교역과 투자가 꾸준하게 실질적으로 발전하는 든든한 토대를 정부 차원에서 마련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저희 한ㆍ아세안 센터도 교역과 투자뿐만 아니라 문화 인적 교류 등 다방면에서 한ㆍ아세안이 서로 가깝게 느끼고 하나의 공동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래서 패널들, 한국의 신남방정책에서 중요한 국가의 분들로 앞으로도 계속 한ㆍ아세안 발전 위해 계속 노력해주길 부탁한다.

정리=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